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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으로 바라보는 봄순이의 세상

  • 이 못난 인간들, 법이네 뭐네 하면서 자기들 편한 대로 사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똑 같구먼!
평소 지인 곁에서 지내던 봄순이의 모습

지난 11월 23일(토) 오전 이른 시간, 가족이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변에서 1년 가까이 지내던 봄순이(길고양이)가 어제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왔는데, 눈이 다쳐서 돌아왔다. 보일러실에 있는데 손이 닿지 않아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해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금요일 저녁부터 봄순이가 걱정된 지인은 한숨도 못자고 봄순이 상태가 궁금해 발만 동동 굴렀고, 그러다 구조할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 토요일 아침에 전화를 한 것이었다.

눈에 상처를 입은 봄순이의 모습

카톡을 통해 전해받은 봄순이의 사진…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야 할 상황인 것 같았다. 

지인은 지역 관공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동물보호단체 등에 전화를 해봤다고 한다. 하지만 연락했던 그곳은 주말이라 전화를 받지 않는 곳도 있었고, 주말이라 구조가 곤란하다고 대답하는 곳도 있었다. 주민들의 도움으로 봄순이를 구조하려 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고, 봄순이는 또 그렇게 보일러실에서 사람의 손길을 멀리한 채 미동도 없이 있기만 했다. 

주말이 지나고 하루하루 기력을 회복한 봄순이는 지인이 여러 곳에 놓아둔 사료와 물을 먹기 위해 조금씩 움직였고, 드디어 지인 손에 이끌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퇴원한 봄순이의 모습

동물병원에 간 봄순이는 한쪽 눈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고, 이제는 퇴원해서 평소처럼 지내고 있다. 

봄순이가 처음 지인과 만났을 때, 좀처럼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몇 달간 주변을 맴돌던 봄순이는 어느순간 경계심을 풀고 지인 곁에 다가와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지인 곁에서 항상 맴돌며 함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봄순이가 사고가 난 날은 아침에 보고 저녁까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금요일 아침에 모습을 보였던 봄순이가 저녁에 눈을 다쳐서 들어왔던 것이다. 그날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인도 모른다. 다만 눈이 다쳐서 돌아와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봄순이를 도와주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지인… 그 안타까운 마음을 필자를 포함한 여러분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봄순이가 눈에 상처를 받았을 낮 시간에 일어난 일들… 그 일들이 사람에 의한 학대가 아니었으리라고 나름 생각을 하고자 한다. 이제는 돌아와 예전처럼 지내고 있는 봄순이, 집사와 함께 한 추억때문이었는지, 함께 동물병원에 가 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봄순이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웠는데, 최근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뉴스에 실린 것을 보게 되었다. 

▶ [OK!제보] “한 생명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119도, 110도 속수무책이라니” – 연합뉴스(12. 7)

▶ 오산소방서, 난간에 매달려 있던 길고양이 구조 – 오산인터넷뉴스(12. 9)

첫번째 뉴스의 경우, 동두천에서 발생한 일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1월 20일(수) 동두천 시장 상가 하수도에 빠져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 발견 ▲ 119 신고, 동물 구조에는 소방관이 출동하지 않는다는 답변 ▲ 110 동두청시청에 구조 요청, 담당 공무원이 왔지만 속수무책 ▲ 결국 어린 고양이는 구조되지 못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넘

*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기된 반려동물, 학대받는 동물 등이 아닌 길고양이는 지자체의 구조·보호 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또한 대도시는 전담 조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소도시의 경우 담당 직원이 1명뿐인 상황이라고 한다.

두번째 뉴스의 경우는 오산에서 발생한 일이다. 이 일은 주말인 12월 8일(일)에 발생했고, 오산소방서에서 출동하여 빌라 난간에 매달려 있는 길고양이를 구조해 인근 산에 풀어주었다. 소방서의 구조에 주민들은 감사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위의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현행 동물보호법상 소방서는 길고양이 구조에 대한 책임이 없고, 지자체는 길고양이를 구조할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공서와 지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인의 경우, 모 동물보호단체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동두천에서 발생한 사례처럼, 눈앞에서 한 생명이 죽어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 뭔가 좀 이상한 현실이지 않은가? 

도와줄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이를 모른채 하는 것… 이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아닐 것이다. 지역의 주민이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해결책을 제시해 줄 정도는 되어야, 주민을 위한 공공단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봄순이의 사례와 동두천의 사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평소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위해 활동한다고 하는 모 동물보호단체… 이 역시 봄순이와 동두천의 사례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봄순이가 두 눈으로 바라보던 세상과 한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눈앞에서 아파해 하고있는,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수도 있는, 우리와 공존한다고 누군가가 말하는, 우리 주변의 길고양이들의 보호받을 권리는 누가 지켜줘야 하는 것일까? 이는 오로지 그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는 집사들이 감당해야만 할 몫인 것일까?

동물병원에 데려갈 수 있도록 봄순이를, 그리고 지인을 도와줬어야 할 그 누군가… 동두천 하수구에 갖혀 목숨을 잃어가는 어린 고양이를 구조했어야만 할 그 누군가… 빌라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길고양이를 구조해야 하는 그 누군가… 

그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 그들이 했어야만 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봄순이는 이제 한쪽 눈을 찡그린 채 감고 생활해야만 한다. 봄순이는 한쪽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인간들이 만든 법이 자신을 더이상 도와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아는 듯이 말이다. 그렇지만 봄순이는 우리를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지인의 사랑이 그리워 오늘도 그 옆에서 따스한 온기를 나누며 생활하고 있다. 한쪽 눈으로 바라보는 봄순이의 세상, 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봄순이에게 보여질까?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 이 못난 인간들, 법이네 뭐네 하면서 자기들 편한 대로 사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똑 같구먼!’…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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