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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의 행복을 위하며 먹을 수 있을까?

소, 돼지, 닭, 달걀, 어디에서 왔을까

늘 편하게 만들어 먹는 달걀프라이, 특별한 날 가족, 친구들과 함께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쉽게 배달되는 치킨까지. 이런 식품들이 소, 돼지, 닭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의 식품이 되는 동물들이 어떻게 사육되는지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이, 싸게 먹기 위한 사육법 ‘공장식 축산’

30년 전만 해도 치킨은 특별한 날에나 겨우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소고기, 돼지고기도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서나 가끔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식사와 간식 때마다 고기, 달걀, 햄, 베이컨, 치즈, 우유, 육포 등 동물성 식품을 당연스럽게 섭취한다. 동물성 식품 소비가 급증하다보니 이를 따라잡기 위해 동물을 단시간에 빨리 키워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육한다. 이런 방식을 ‘공장식 축산’이라고 하는데 동물의 사육밀도를 매우 높여 좁은 곳에서 많은 수의 동물을 기르며, 주로 외부와 차단한 감금식 사육장에서 키운다.

공장식 축산에서는 동물에게 주는 사료도 동물이 본래 먹는 것보다 사육 목적에 맞는 것을 준다. 본래 소는 초식동물로 주로 풀을 먹고 되새김질하는 동물이지만 공장식 사육으로 키우는 소는 더 많은 고기 생산을 위해 대량 재배한 옥수수와 콩 등을 먹고 자란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맞지 않는 사료를 먹여 키워 발생하는 가장 위험한 질병 중 하나가 소해면상뇌증, ‘광우병’이다. 천천히 되새김질까지 하며 풀을 먹고 사는 소에게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먹여 발생하는 질병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한 사람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공장식 축산으로 키우는 동물은 그 동물의 본성을 고려해 사육되기보다 생산성을 기준으로 사육되기 때문에 새인 닭은 날개도 펼 수 없이 좁은 케이지에, 지능이 높은 돼지는 아무 활동 없이 우리에 갇힌 지루함에 이상 행동을 하는 등 자연적인 본능과 습성을 표출할 수 없어 매우 고통스러워한다.

식량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공장식 축산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은 전 세계적으로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공장식 축산은 지구생태에 나쁜 영향을 미쳐 지구온난화와 사막화를 촉진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공장식 축산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비행기와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열대우림은 공장식 축산 사료를 위한 경작지와 사육장으로 바뀌고 있다. 공장식 축산을 하는 이유는 대량 생산으로 저렴하게 식품을 공급하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실제로 공장식 축산은 세계의 식량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공장식 축산을 하는 기업들은 약소국들의 토지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공장식 축산에 필요한 사료용 곡물을 재배하는데, 이로 인해 해당 국가의 국민은 식량을 재배할 수 없어 식량 부족과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유기축산과 동물복지축산 인증마크 찾기

우리나라는 식품이 되는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육하고, 생태적인 문제까지 고려하는 축산 방식에 유기축산과 동물복지축산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2005년 시작된 유기축산 인증제는 항생제, 성장촉진제, 유전자변형 사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사료로 사육해 농업생태계의 유지와 보전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친환경 축산물 인증제도 중 가장 엄격한 상위 제도이다. 사료는 물론 각 동물에 맞춘 방목장을 갖추어야 하고, 단위당 사육하는 동물의 수도 지켜야 한다. 유기축산 인증으로 사육되는 동물은 살아 있을 때 그 동물다움을 잃지 않도록 사육된다. 초지를 걸을 수 있고, 날개를 펴고 횃대에 오를 수 있으며, 좁고 비위생적인 시설에 갇혀 기계처럼 알이나 새끼를 낳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012년 시작된 동물복지 인증제는 산란계, 돼지, 한우, 육우, 육계, 염소, 오리에 대해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유기축산 보다 인증 기준이 엄격하지 않지만, 사육 과정에서 최소한의 동물 복지를 지켜 주는 제도로 공장식 축산의 상황과 비교할 수 없다. 공장식 축산보다 훨씬 낮은 밀도에서 동물들이 사육되고, 키우는 과정도 공장식 축산에서 관례적으로 실시하는(동물에게 매우 고통을 주는) 산란계 부리 자르기, 마취 없이 돼지의 꼬리, 이빨 자르기, 외과적 거세와 같은 사육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농장에 따라 동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방사장을 갖춘 곳도 있다.

패스트푸드에도 동물복지 제품을 사용하는 선진국

공장식 축산에 대한 해외 반응은 어떨까? 공장식 축산은 시작도 비판도 서양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먼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10년 중반부터 북미대륙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앞다투어 ‘케이지 프리{cage free}’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달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맥도날드, 스타벅스, 하얏트 호텔, 코스트코 등과 같은 서비스 기업, 소매 기업, 그리고 대형 급식업체도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한 달걀을 사용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19년 영국에서는 패스트푸드점 KFC에서 동물복지 닭 사용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태국 소매기업인 테스코 로터스는 방목 사육한 돼지만을 고기로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전 세계는 공장식 축산 제품을 동물의 본성을 고려한 사육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이는 기업 단독의 결정이라기보다 많은 소비자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기업과 시장의 변화이다.

나와 동물의 나은 삶을 위한 선택

마트나에서의 소비자 선택이 한 생명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 가장 쉽게는 유기농과 동물복지 마크가 있는 제품을 선택해 공장식 축산물 구입을 피하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 받는 동물의 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또 동물보호관리시스템 (http://www.animal.go.kr)에서 동물복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의 조금 다른 선택이 축산업계에 자극을 주고 축산업계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동물에게 조금 더 나은 대우를 하며 고기와 달걀을 생산할 것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는 독일 속담이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각종 동물성 식품이 넘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키워지고,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나은 선택을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오늘 저녁 식탁 위에 오른 고기는 단순히 나의 영양분이 되기 위한 공산품이 아니고 한때는 생명이었으니까.

기획 임소연  강정미(동물자유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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