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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물어오는 ‘선물’, 조공인가 교보재인가?

[노트펫] 군대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민간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 있다. 교보재도 그런 군대 용어에 속하는 것 같다. 교보재(敎補材)의 사전적인 정의는 교육 혹은 훈련에 사용되는 보조 재료다. 논산훈련소에서부터 시작된 교보재와의 인연은 군대 생활 30개월 동안만 허락되어졌다. 그 이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훈련소의 조교들은 다양한 교보재를 활용하여 아직 사회 물을 빼지 못한 훈련병을 제대로 된 군인으로 만들어낸다. 만약 교보재가 없으면 훈련병들은 이등병 계급장을 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등병이 되면 자대 배치를 받게 된다.

정식 군인 계급장을 단 이후에도 교보재와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다. 자대에서 실시되는 각종 훈련에서도 교보재는 항상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보재는 단팥빵과 같은 군대 생활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단팥인 셈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고양잇과동물 어미가 자신의 새끼에게 아직 살아있는 사냥감을 물어다 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 사냥감은 새끼들의 사냥 실력을 키워주는 일종의 교보재 역할을 한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잔인하게 보이는 장면이기도 한다. 마치 생명체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세계에서는 사냥 실력이 없으면 단 하루도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미는 그런 살아있는 교보재를 이용해서라도 새끼들의 사냥 실력을 늘리려고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새끼들은 사냥감을 어떻게 공격하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어미의 입장에서는 매일 매일 빠르게 성장하는 새끼들을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 새끼들과의 시간은 짧게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새끼들이 독립하기 전에 모든 기술을 전수해주어야 한다. 자신이 평생 새끼를 돌볼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새끼들이 이 정도 자라게 되면 어미들은 이별을 생각한다. 2015년 대전의 한 공원에서 촬영

귀엽게 생긴 작은 동물인 고양이도 엄연한 고양잇과에 속하는 포식자다. 야생 고양이는 교보재를 잘 활용하는 동물이다. 어릴 때 키웠던 나비도 그랬던 것 같다. 나비의 주 활동 영역은 마당이었다. 마당에는 나무가 많았다. 그래서 봄만 되면 다양한 곤충들이 생겼고 그들을 먹이로 삼는 새들이 있었다. 이들 모두는 나비의 사냥 대상이기도 했다.

나비는 사냥에 성공하면 절대 먹지 않았다. 대신 주인들이 드나드는 현관문 앞에 물어다 놓았다. 대부분은 죽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들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비가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놓아둔다면서 절대 나비를 꾸짖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한동안은 나비가 한 그런 행동을 조공(朝貢)이라고 생각했다. 조공은 종주국에 속국이 때에 맞춰서 바치는 선물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본 후 기존의 그런 생각에 의문이 들었다. 나비는 새끼를 낳고 키운 경험이 있던 암컷이었다. 그런 나비가 주인을 자신이 교육시킬 대상자로 보고 사냥한 동물들을 물어다주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후자(後者)보다 전자(前者)가 맞을 가능성이 많다. 나비 입장에서는 매일 주인에게 맛있는 밥을 제공 받으니 보답하는 차원에서 먹잇감을 주었다고 보는 게 상식선에서 맞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고양이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다. 고양이가 어떻게 자신의 주인을 생각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식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 상식일 뿐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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