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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장갑을 낀 마술사 ‘밥이 어디로 갔을까요’

필라델피아에 사는 젠 씨의 집에 탐스러운 오렌지 열매 하나가 굴러들어왔습니다.

벙어리장갑을 낀 고양이 테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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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는 발가락이 여섯 개인 다지증(polydactyl) 고양이로 마치 벙어리장갑을 낀듯한 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구조대에 구조되자마자 곧장 젠 씨의 집으로 이송돼 임보생활하는 녀석이죠.

젠 씨는 당시 녀석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녀석은 마술사였어요. 아기 고양이용 사료를 주니까 위대한 마술처럼 감쪽같이 없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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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배불리 먹은 테이트는 건방지게 트림을 하며 매우 건강한 모습을 보였으나,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던 젠 씨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딱딱해야 할 머리뼈 중 한곳이 말랑말랑한 것입니다.

다음 날,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테이트의 머리에서 축적된 척수액을 발견했습니다. 수두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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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대한 마술사 테이트는 자신이 아파다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같이 마법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식사를 순식간에 뱃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마법이었죠.

“아프거나 말거나 테이트의 식욕은 변함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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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식욕 덕분에 테이트는 수두증을 앓고 있음에도 무럭무럭 건강해졌고, 생후 9주가 되던 날 척수액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젠 씨는 여린 테이트가 수술을 견딜 수 있을까 아프진 않을까 매우 걱정했지만, 녀석을 본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테이트의 식욕은 수술 직후에도 변함없었어요.”

머리에 붕대를 감고서도 사료가 산더미처럼 쌓인 밥그릇을 비워내고 있는 테이트는 역시 위대한 마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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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입가에 밥 먹은 흔적을 묻혀, 어설픈 마술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녀석은 통통한 똥배만큼 나날이 건강해져 갔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위인은 누구나 역경을 겪고 어설펐던 처음이 있기 마련입니다.

1년이 6개월이 지난 지금, 테이트는 끝없는 노력 끝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밥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내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가끔 젠 씨도 자신이 밥을 줬는지 안 줬는지 착각할 정도입니다.

“밥 안 주느냐는 저 뻔뻔한 표정 연기에 저도 스스로를 의심할 때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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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의 또 다른 최면 마술에 걸렸는지 임보자 젠 씨는 어느새 녀석의 충실한 집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녀석은 아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집안을 여기저기 뛰어다니곤 합니다.

“자고 있으면 장갑을 낀 손으로 제 뺨을 만지거나 뽀뽀를 해요.”

그때 테이트가 소파에 앉은 젠 씨의 어깨 위로 올라와 장갑 낀 손을 꼼지락거렸습니다.

“오 이런. 녀석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쪽!”

글 제임수

사진 Love Meow, @Jen M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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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꼬리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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