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페퍼는 눈에 보이는 물건은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반대편으로 넘어뜨려야 직성이 풀리는 장난꾸러기입니다.
페퍼의 보호자 미카엘라 씨는 집안을 되도록 꾸미지 않습니다. 페퍼가 망가뜨려 놓을 게 뻔하니까 말이죠.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미카엘라 씨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가 무척 걱정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여놓자니 페퍼가 모든 장식물을 떼어놓고 나무를 쓰러트려 망가뜨릴 게 뻔했고, 트리를 생략하자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었죠.
한참을 고민하던 미카엘라 씨는 결국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려진 커다란 천을 이젤에 걸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고 페퍼가 망가뜨릴 수도 없는 완벽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정말 완벽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잠깐이었지만요.”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려진 천을 발견한 페퍼는 천 속 트리를 쓰러트리기 위해 냥냥 잽으로 탐색전을 벌이다 본격적으로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천 속에 그려진 트리는 펄럭- 하고 충격을 가볍게 뒤로 흘려버릴 뿐, 페퍼의 속사포 같은 펀치에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천에 펀치를 날리는 게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페퍼는 행동을 멈추고 한참 골똘히 생각하며 전략을 짰습니다.
그리곤 천이 걸린 이젤로 다가가더니 이젤을 통째로 쓰러트리며 천 속 나무에게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황한 미카엘라 씨가 천을 벽에 걸었었지만 이번엔 천을 아래로 끌어내려버렸습니다.
미카엘라 씨는 이번만큼은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천을 집안 내부 벽에 단단하게 고정했습니다.
현재 시각 기준, 페퍼는 아직 벽에 걸린 나무를 공략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쓰러트리기 위한 전략을 짜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페퍼는 포기하지 않아요. 언제나 승리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내죠. 언젠가는 벽에 걸린 트리도 쓰러트리지 않을까 긴장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