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한 여성이 집 뒷마당을 거닐다 아기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기 고양이는 자동차 아래에 숨어 얼굴만 빼꼼히 내밀고 있었죠.
주민이 아기 고양이에게 다가가자 당황한 녀석이 달아날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그대로 품에 안겨 오들오들 떨었습니다.
안쓰럽게도 아기 고양이는 벼룩 투성이었으며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마른 상태였죠.
그녀는 브루클린 지역 동물구조대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출동한 구조 대원들은 수줍은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보호소로 이송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아기 고양이를 목욕시키자 물이 금세 빨개졌습니다. 아기 고양이의 피를 빨고 있던 벼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 것이죠.
목욕이 끝난 아기 고양이는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난 후 따뜻한 담요 위에서 눈을 감고 졸았습니다.
녀석의 이름은 페퍼(후추)입니다!
보호소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는 아멜리아 씨가 페퍼의 임보에 자원했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벼룩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페퍼는 아멜리아 씨의 집에서 독재자 같은 무한 권력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배고플 때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입가에 먹을 것을 대령해주는 하인이 생겼고, 뽀송뽀송하고 따뜻한 쿠션 위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페퍼의 성격도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만 보면 다가갈까 도망갈까 망설이다 어설프게 꼼짝 못 하던 수줍은 녀석이었지만, 이제는 먼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친한 척을 하는 고양이가 되었죠!
아멜리아 씨는 수줍게 다가와 점점 건방지게 변해가는 페퍼를 보며 무척 흡족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아멜리아 씨가 페퍼를 돌본 지 한 달도 안 되어 녀석은 새 가족에게 입양되어 그녀의 품을 떠났습니다.
“정말 재채기처럼 순식간에 지나간 추억이군요.”
아멜리아 씨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렇게 빨리 헤어진다는 건 아쉽기도 하지만 녀석의 행복과 연결되기도 해서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슬프지만 기쁜 이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