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빈 씨는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2017년, 그런 그의 앞에 배고픈 길고양이가 나타났고,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크래커를 부러트려 건네주었습니다.
길고양이는 크래커를 받아먹은 후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켈빈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켈빈 씨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고양이의 눈빛에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느껴졌어요.”
이날은 그가 동물이 특별하다는 걸 깨달은 날, 정확히 말하면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은 날이자 동물구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날이기도 합니다.
켈빈 씨는 오늘날까지 무려 123마리의 동물을 구조했는데, 그중에는 크래커를 나눠 먹었던 고양이이자 그의 반려묘 ‘헨리’도 포함되어 있죠.
“구조 동물들의 눈빛을 보는 게 좋아요. 걱정하는 마음, 안도하는 마음, 고마워하는 마음. 아이들을 눈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걸 깨닫게 해준 게 헨리고요.”
그러다 지난 9월, 집으로 향하던 그는 도로 한복판에서 차에 둘러싸야 겁에 떨고 있는 개 한 마리와 마주치게 됩니다.
차들은 겁에 질려 도로 한가운데 서 있는 개에게 경적을 울려댔고, 개는 더욱 겁에 질려 제자리에서 바들바들 떨뿐이었죠.
켈빈 씨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통조림을 이용해 녀석을 안전한 곳으로 유인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의 외관은 평범한 개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녀석은 털 한 올 없는 대머리였으며, 쭈글쭈글 드러난 맨살에는 기생충과 벌레가 여기저기 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20분 동안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개의 눈을 쳐다보았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녀석의 눈은 ‘저에게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어요.”
켈빈 씨는 개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였고, 이후 녀석은 다른 자원봉사자의 집에서 임시보호를 받으며 건강을 조금씩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6개월간의 치료와 사랑을 듬뿍 받은 끝에 녀석의 몸에 풍성한 털이 자라났습니다!
오랜만에 켈빈 씨를 만난 개는 팔짝팔짝 뛰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고, 그는 녀석의 뺨을 어루만지며 두 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나도 반갑단다. 그리고 나도 너와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단다.”
그리고 현재 녀석은 앨라배마주에 사는 한 커플에게 입양돼 영원한 가정을 찾게 되었죠! 켈빈 씨는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에 둘러싸여 벌벌 떨던 대머리 개의 사연을 전하며 말했습니다.
“동물은 말을 못 할 뿐이지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세요. 그 깊은 두 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풍부한 감정을 가졌는지 말이에요.”
글 제임수
사진 The do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