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불도그는 그 사납운 외모 때문에 다들 맹견이라 무서워한다, 영국을 상징하는 국견이기도 한 ‘잉글리시 불도그’는 원래 “Bull(소)과 Dog(개)의 합성어로 소를 잡기 위해 태어난 견종”(나무위키 인용)이니 그럴 수 밖에.
하지만 그에겐 그저 귀염둥이일 뿐. 그것도 매력 만점의 가족이다.
그의 직업은 바버(barber). 남성 머리를 만지는 이발사란 얘기다. 요즘 헤어샵이 넘쳐나고, 헤어스타일리스트는 넘쳐나지만 바버, 그것도 여성 바버는 참 드물다.
멋스런 중절모에 경쾌한 항공점퍼 차림으로 인터뷰 장소(경기도 일산 고양경기문화창조허브 스튜디오)에 나타난 그에게선 예사롭지 않은 포스까지 풍겼다. 둔중한 무게감의 그의 애견 ‘룩독이’ 까지 듀엣으로.
– 룩독이, 어떻게 키우게 되셨나요?
“이전에도 다른 불도그를 또 키웠었어요. 그 아이 이름은 ‘머독이’였죠. 아는 분을 통해 처음 머독이를 알게 됐는데, 유기견이 될 뻔한 아이를 그분이 잠시 맡았다가 키울 사정이 안 돼서 저에게 온 거죠. 제가 안 데려왔으면 결국 유기견이 될 것 같아서 맡게 됐어요.
머독이 키우면서 보니, 생각보다 순하고 너무 이쁘더라고요. 그래서 불도그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그때 마침 또 다른 지인이 3개월 된 새끼 불도그를 제게 선물로 주어서 룩독이와 인연이 시작됐어요. 저랑 2년 넘게 살았죠. 사실 머독이가 심심할까 봐 룩독이를 데려온 거였어요.“
-불도그 두 마리를 혼자 키우려면 엄청 힘들었을 텐데요?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일하는 여성이라 더욱… 게다가 둘이 잘 놀다가도 엄청 많이 싸우더라고요. 힘들었죠. 그래서 남양주에 있는 강아지 훈련소에 두 마리 다 보냈거든요.
그런데 머독이는 그 사이 건강이 안 좋아 죽게 됐고요. 너무 가슴 아팠죠. 다행히 룩독이는 건강해지고 훈련소에 다녀온 덕분에 말도 아주 잘 듣더라고요. 많이 얌전해졌고요. 가장 좋은 점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제어가 가능하다는 거죠. 몸집이 크지만 통제 가능한 것이 훈련받은 효과인 거 같아요.”
-불도그에 대한 사람들 선입견이 있잖아요. 왠지 사납고 무섭고…
“사실 불도그라고 하면 원래 혈통이 투견 출신이라며 다들 무서워해요. 한 번은 제가 룩독이랑 길을 지나가다가 잠시 쉬고 있었는데, 행인 남자분이 지나가다 룩독이를 탁 치고 가는 거예요.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왜 남의 개를 치고 가는지. 정말 화가 났죠.
물론 남들이 봐서는 룩독이를 싫어하고 무서워할 수도 있겠다 싶죠. 그리고 어떤 분들은 룩독이와 지나가면 먼저 피하는 것도 자주 봐요. 그래서 아, 여전히 사람들은 불도그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무섭게 생각하는구나, 그런 걸 느껴요. 그래서 사람들 사이 지나갈 때 더 신경 쓰고, 더 케어하려 노력하죠.”
-그래도 룩독이만의 매력이 있을텐데…
“생김새가 좀 무섭게 생긴 거지, 룩독이는 정말 순하고 착하고 예의바르고 예뻐요. 활발하고요. 누구나 다 좋아해서 문제일 정도예요. 주인에 대한 사랑도 남다른 거 같아요
저는 룩독이에게 많은 것을 입히지는 않아요. 뭔가를 꾸미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신 제가 목걸이를 좋아해서 다양한 목걸이 종류로 장식해주죠. 해봐야 하네스(harness, 가슴줄), 목줄, 이런 것들이만요. ㅎㅎ“
-여성 바버시잖아요? 이색직업인인데요.
“바버로 일하는 모습 등을 해시태그(hash tags) 달아 널리 알리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도 열심이죠. 그런데 그러는 동안 제가 몰랐던 정보들을 정작 다른 바버들을 통해 알게 되는, 효과도 크지요.
SNS 하다보니 저와, 제 직업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여성 바버로 일할 수 있는 지’ 등등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 바버’가 되려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한다 생각해요. 남자 헤어숍에서 아직도 여자 이발사, 바버(Barber)에 대한 인식이 똑같지는 않으니까요. 남성 이발사가 100% 노력한다면 ,여성 바버는 200, 300% 더 노력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죠. 열정도 남달라야 하고. “
-반려견 키우고픈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반려견 키우려면 많이 희생하고, 예뻐해 주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생각해요. 정말 희생이 필요하다는 거죠. 큰 개를 키워보니까 불도그 경우, 단모이다 보니 미용을 안 해주어 좋다지만 털갈이를 자주 하니까, 제 옷에 털이 늘 묻어있어요.
또 수시로 침을 흘리니까 자주 닦아주어야 해요. 큰 개를 키우려면 무거운 무게도 견뎌야 하고요. 단지 예쁘다 귀엽다 수준이 아닌, 희생과 인내가 필요조건 아닌가 생각해요.”
그를 만나는 내내 그에게선 독특한 당당함이 묻어났다. 남성들의 헤어 세계에서 여성 바버로 일하면서 자연스레 몸에 배인 특별함일 수 있도 있었다.
그는 여성 바버라는 직업의 매력으로 “단순히 머리만 손질해주는 것보다는, 주 고객이 남성들이다 보니 때로는 연애상담사로, 여성들 입장을 대변해주기도 하고, 아저씨들과 인생 이야기를 풀어가며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될 수 있어 재미있다”고 털어놓았다.
40킬로가 넘어 여자 혼자서는 들기도 벅찬 룩독이, 그러나 인터뷰 내내 하염없이 주인을 바라보는 한결같음이 언뜻 ‘든든한 수호병사’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최가을, 그에게서 풍겨나는 포스와 당당함이 어쩌면 록독이 덕분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코코채널】글= 정현숙 기자, 사진= 최가을 제공, 영상= 송창호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