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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B포럼, 반려동물과 사람의 유대를 논하다

‘반려동물과 사람의 유대’를 뜻하는 HAB(Human-Animal Bond)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 양방향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관계를 말한다. 사람과 있는 것이 반려동물에게 좋고 반려동물과 있는 것이 사람에게 좋다는 것.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HAB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면 또 다른 반경이 나타난다.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HAB 포럼’은 그 반경을 열어가기 위한 자리. 

그레이스동물의료센터의 나응식 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HAB 위원회의 서정주 위원장, 로얄캐닌 코리아의 윤성은 상무,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의 김옥진 회장(원광대 교수), 헬스앤메디슨의 김현욱 대표 등이 나와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했다.

고양이는 우리를 어떻게 풍요롭게 하는가

미국 조사자료에 의하면 2009년부터 10대 소녀들의 자해율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2009년은 아이폰이 첫 출시된 해이며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자해뿐만 아니라 자살하는 10대 소녀들의 숫자도 비슷한 시기에 증가하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상대적인 박탈을 느끼고 자존감이 낮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 소녀들이 성인이 되는 시기, 2016년부터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이후 미국과 영국에선 고양이 키우는 인구가 더 많아졌고, 일본도 고양이 수가 강아지 수를 뛰어넘었다. 

나응식 원장은 고양이가 보호자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가 이런 변화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그 귀여움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우울감을 해소해줍니다. 현대 사회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는 ‘힐링’이 가장 크죠.”

고양이가 주는 힐링 효과의 일례로 ‘골골송'(purring)이 있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거나 통증을 느낄 때 내는 이 소리는 사람에게도 통증 경감과 심리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해온 HAB 활동들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활용해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과 복지에 활용하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하는 활동이 AAI(Animal Assisted Intervention)이다. AAI는 동물매개 활동(AAA, Animal Assisted Activity), 동물매개 교육(AAE, Animal Assisted Education), 동물매개 치료(AAT, Animal Assisted Therapy)를 통틀어 말하는 표현이다.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서정주 HAB위원장은 소아암을 앓았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동물 매개치료 활동을 소개했다. 소아암을 앓았던 어린이들은 다른 어린이들들과 달리 친구들과의 사회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해 대개는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닫고 있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소아암 환자들이 훈련된 반려견과 함께 상호 교감을 하며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되고 치료사들이 말을 걸기 쉽게 되는 것이다. 소아암 환자가 있는 병원 외에도 일반 학교, 요양병원에서도 동물 매개 교육과 활동이 도움이 되었다.

동물이 있으면 학생들은 수업 참여도가 높으며 배려를 자연스럽게 배운다. 예를 들어 평소에 소리를 많이 지르던 초등학생들이 동물이 놀라지 않게 해달라는 말에 목소리를 낮추는 식이다.

요양병원에서도 이런 치료 동물들은 환영을 받는다. 평생 자녀들을 키우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자존감이 낮아진 어르신들이 반려동물들을 빗질해주는 등 돌봐주는 활동으로 자존감을 많이 회복한다고 서정주 위원장은 말한다.

서 위원장은 “동물을 매개로 한 상호교감 활동은 정서적 안정, 신체적 활동, 사회성 발달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코로나19로 HAB 활동이 현재 많이 중단된 상태지만, HAB에 관한 대중의 이해가 높아질수록 이런 동물 매개 활동들이 증가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HAB의 생애주기별 긍정적 영향은

사람과 동물의 특별한 관계는 연령을 가리지 않는다. 로얄캐닌 월탐연구소(Waltham Institute)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14세 어린이가 기분이 상했을 때, 70%가 가장 먼저 자신의 반려동물을 찾는다고 한다. 반려동물이 감정적으로 의지할 곳이 되어준다는 것.

실제로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긴장상황에서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외동 또는 막내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반려동물은 인지능력 발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인간이 아닌 동물들을 돌봄으로써 어린이는 ‘생명에 대한 사랑'(biophilia)를 배울 수 있다. 부모와 대화를 나눌 주제가 더 있고, 산책과 놀이같은 신체활동을 더 함으로써 비만율도 낮다.

성인 때도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감소시키고 불안 증세를 완화한다. 또한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톡신’의 분비를 촉진시킨다고 알려졌다.

그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로 1980년대의 심장발작 이후 환자들의 생존율에 관한 연구가 있다. 심장발작 이후 1년 생존율에 반려동물 양육이 상당히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남성 에이즈 환자에서도 사회적 유대가 약하더라도 우울증이 감소한다. 반려동물이 있으면 스트레스 요인에서 빨리 회복되어, 심장박동 및 혈압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노년기에도 이런 효과를 이어진다. 배우자 사별 이후 혼자사는 노인들에게 반려동물은 우울증 경감 효과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삶의 목표의식 부재로 인한 무력감은 노년기의 사망위험을 높이는데, 자신을 완전히 보호자에게 의존하는 반려동물은, 목표의식과 자기 효능감을 높여준다.

과학으로 입증하는 HAB의 해외 사례들

김옥진 회장은 반려동물이 주는 심리적 효과에 대한 해외 연구 사례들을 소개했다.

요하네스 오덴탈(Johannes S. J. Odental) 박사 연구에 따르면 15분간의 쓰다듬는 활동을 하면 반려견과 사람 모두에게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의 긍정적 변화가 있다. 또 캐시 콜(Kathie M. Cole) 박사 연구에서는 동물 매개치료 활동이 불안 증세와 심폐압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반려동물은 스트레스 완충 효과가 있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어려운 과제를 할 때 옆에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가하지만 반려동물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려동물은 유학생들이 느끼는 향수병(homesickness)를 감소시켜주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들의 불안감도 현저히 낮춰준다. 또한 다양한 정신질환과 관련하여 불안을 줄여주거나 인지기능을 증가시켜준다는 결과도 있었다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좋은 기분과 연관되어 있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세로토닌 등을 증가시키고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감소시킨다. 개와 수분동안 서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옥시토신이 증가한다. 이는 개와 고양이가 눈만 마주쳐도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해석된다.

김옥진 회장은 “앞으로는 국내 연구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OECD 꼴찌이며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반려견 동반 산책을 통한 건강 증진 효과는

김현욱 헬스앤메디슨 대표는 반려견 산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반려견 양육가구의 약 20.5%가 반려견과 함께 거의 매일 산책한다고 한다.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이 건강에 갖는 유익한 효과는 이미 잘 알려졌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것이 더 지속적인 운동을 하게 한다. 목표 운동량 준수를 반려견과 함께 했을 때 효과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은 사회적 건강과 행복 증진을 위해 투자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HAB는 바로 그런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가는 또 다른 통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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