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책을 보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꾸벅꾸벅 졸았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침대에 엎드려 책을 보고 있었던 갈피 씨. 고양이 ‘챠비’는 평소처럼 베개 위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함께 책을 봤다.
“나란 냥이.. 한글을 깨우치고 독서까지 하는 냥이지..” |
한 발을 책 위에 올려놓고 있던 챠비는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에 눈을 끔뻑이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 사이 갈피 씨는 다음 장을 보기 위해 책장을 넘겼는데 깜빡 잠이 든 상태에서도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움직임을 느낀 챠비는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는 넘어간 책장을 다시 앞으로 넘기려고 했다. 당장이라도 “나는 다 못 봤는데 왜 넘기냥!”이라고 외칠 것만 같다.
갈피 씨는 이런 챠비를 달래기 위해 쓰담쓰담을 해봤지만 급기야 원망하는 눈빛으로 노려보기까지 하는 챠비.
그렇게 갈피 씨는 한참 챠비를 쓰담쓰담하며 달래줘야 했다고.
[갈피 씨 : 평소 제가 괴롭히면 짜증을 내는 편인데 책장 넘기는 게 거슬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다음번에는 안 졸려고 미리 자는 중. |
3~4살 정도로 추정이 되는 챠비는 천안의 한 동물 병원에서 살던 고양이였다.
누군가가 유기한 챠비를 병원에서 거둬 공고 기간 동안 그곳에서 지냈다고.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안 좋아져 한차례 수술까지 받은 챠비는 병원이 불편했는지 자꾸 탈출을 하려 했단다.
“그땐 참 힘들었지..” |
병원에서도 챠비를 케어해주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때 이 사연을 알게 된 갈피 씨가 챠비를 가족으로 들이기로 했다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도 다 묘연이 아닌가 싶다고.
고양이는 처음이라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는 갈피 씨.
“그래 젊은이 고민이 무엇인가?” |
밥을 얼마 정도 줘야 하는지, 혹시라도 장난감을 먹진 않을지. 공부를 하긴 했지만 이론이랑 실전은 달라 걱정이 끊이질 않았단다.
게다가 초반에는 챠비와 시그널이 잘 안 맞아 피도 보고 했다는데, 지금은 서로 많은 부분을 알게 돼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갈피 씨 : 챠비가 어떤 것을 안 좋아하는지 알게 되면서 거기에 맞춰주게 되고, 챠비도 저에게 익숙해지면서 받아주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 냥생..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 (해탈) |
집에 적응을 한 뒤 챠비는 개냥이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단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밀당을 하듯 애교를 부려 갈피 씨를 애타게 만든다고.
가끔은 낯선 사람에게도 부비는 모습을 보여 질투가 날 때도 있단다.
“처음 보는 사람도 환영한다옹!” (병원 생활하면서 는 사교성) |
이런 모습이 가끔은 얄밉지만 그래도 갈피 씨에게 있어서는 마냥 사랑스러운 냥이란다.
자면서 코를 골거나 할아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갈피 씨를 웃음 짓게 해준다고.
졸릴 때마다 할아부지 상이 되는 고양이. |
매일매일이 이처럼 행복하고 평온하면 좋을 텐데 며칠 전 갈피 씨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집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던 갈피 씨가 실수로 컵을 엎으면서 챠비에게 커피가 튀게 됐다는데.
깜짝 놀란 챠비는 하악질을 하고 큰 충격을 받은 갈피 씨는 혹시라도 다쳤을까 봐 얼른 찬물로 씻기면서 상태를 확인했다고.
고양이 털에 방수 기능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
다행히 챠비는 털 덕분에 다친 곳은 없었고 놀란 마음도 금세 추슬렀지만 갈피 씨는 하루 종일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단다.
[갈피 씨 : 제가 엄마께 그 얘기를 했더니 저도 어릴 때 뜨거운 커피에 손을 담가 큰일 날뻔했던 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새삼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어요.]
“나의 하루가 궁금하다면 ‘@chabi_cat’로 놀러오라옹~” |
챠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갈피 씨는 “모든 집사님들이 다 똑같겠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아달라고 말하고 싶어요”라며 “욕심이 있다면 저보다 딱 하루만 덜 살았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