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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로 건강검진을 대체할 수 있나요?”… 권기범 원장

【코코타임즈】

반려동물도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한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나이 많은 노령 동물은 6개월에 한번 검진을 받아야 한다니 더더욱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혈액검사로라도 건강검진을 대체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이 나오곤 한다. 과연 혈액검사가 건강검진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수의사들은 “건강검진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사실 혈액검사는 그 자체로도 이미 한계가 있다. 질병이나 건강상태를 완벽히 파악하기에는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

그렇다면 혈액검사의 효용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예은동물병원 권기범 대표원장의 설명을 통해 혈액검사조금 더 알아보자.

  • 혈액검사로 반려동물 건강을 어느 정도 모니터링 할 수 있나요?

건강검진 없이 혈액검사만 받으면 함정이 많습니다. 혈액검사는 수치를 통해 질환 여부나 의심되는 질환을 알아내는 데에 그치고 병의 원인이나 결석, 종양 등의 발병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강아지가 간과 신장 등의 기능, 전해질 상태, 호르몬의 농도 등을 측정하는 혈청 화학검사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간세포 손상 여부를 알려주는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면 간이 손상됐다는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항목은 단순히 ‘간 손상 여부’만을 뜻하기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병의 근원을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 간기능검사(LFT; liver function tests) 는 보통 AST(aspartate aminotransferase; 아스파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 ALT(alanine aminotransferase;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ALP(alkaline phosphatase; 알카리성 포스파타제) 등을 포함한다- 편집자 주)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BUN(blood urea nitrogen, 혈액요소질소) 항목은 ‘질소혈증’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질소혈증은 ‘혈액 내 질소 함유 화합물이 정상범위 이상인 상태’를 뜻하는데, 다양한 원인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신장 상태를 파악하는 수치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탈수나 고단백식, 또는 소화기관 출혈도 BUN 수치를 증가시킵니다.

이렇듯 신장 외 간섭으로도 수치가 오르는 것이 혈액검사입니다. 질병이나 증상의 정확한 원인을 설명할 수 없어 혈액검사에서 의심 질환이 생기면 다시 건강검진을 통해 그 원인을 자세히 알아내야 합니다.

혈액검사는 그래서 건강검진을 다시 할 때나, 마취하기 전의 사전 테스트로 유용합니다.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있던 부분에 대해 2~3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로 그 수치를 확인하는 식입니다. 마취에 대한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혈액검사는 중요합니다.

  • 혈액검사 항목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혈액검사는 크게 일반혈액검사(CBC; Complete Blood Count)혈청화학검사(SC; Serum Chemistry)가 있습니다. 전자는 동물과 사람 모두 많이 쓰이는 혈액검사입니다. 환자의 빈혈이나 감염 상태, 혈액 응고 능력, 탈수 정도, 면역계 반응능력 등에 대해 보여줍니다.

열이 있거나 구토, 설사, 쇠약함, 창백함, 식욕 감퇴 등의 증상이 있는 아이의 컨디션을 체크하는 데에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또 수술 전 혈액검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혈액 응고 능력이 떨어지면 지혈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이상에 대해 미리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혈청화학검사는 간과 신장의 상태를 평가하고, 호르몬 농도와 전해질 상태를 알아보는 검사입니다. 노령 동물이나 장기간 약물치료 중인 동물, 독성 물질에 노출된 동물, 마취가 필요한 동물 등의 건강을 알아보는 데에 사용합니다.

  • 마취하기 전에도 혈액검사가 필요하다구요?

신장과 간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마취가 풀리지 않아 깨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취에 대한 이상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주사마취제 약물에 대한 농도, 양 등을 조절하기 위해 혈액검사는 필수적입니다.

마취제를 포함한 수많은 성분이 간에서 해독작용을 통해 신장을 따라 체외로 배출됩니다. 하지만 간의 상태와 기능이 저하돼 있다면 마취 약물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거죠. 특히 간과 신장의 만성적인 손상은 보호자가 임상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검사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게다가 노령 동물은 마취가 부담스럽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실제로 노령 동물의 장기는 노화로 인해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 마취에 대한 부담감이 높습니다.

추가로, 혈액검사 외에도 심전도 검사, 스크리닝 검사 등을 통해 건강상태를 진단한 후 마취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마취제에 대해 특이체질로 인해 0.1% 정도의 확률로 마취사고가 날 수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검사를 통해 미리 알 수가 있습니다.

  • 혈액검사 결과표 상에 있는 개와 고양이의 참고치(정상 수치)가 다른가요?

개와 고양이는 엄연히 다른 동물이기 때문에 참고치가 다릅니다. 고양이는 신장 질환에 취약해 신장검사 항목 참고치에서 개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검사 기계도 종류가 다양해 정상 범위가 모두 다릅니다. 신장검사 항목마다 고양이와 개는 정상범위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입니다. 개의 혈액검사 종류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혈구검사: WBC(총백혈구수) | HCT(적혈구비율) | Hg(헤모글로빈농도) | PLT(혈소판숫자)

혈청검사

간 : ALT | AST | ALKP | GGT | Total Bilirubin

신장 : BUN(혈중요소농도) | Creatinine(크레아티닌) | Calcium(칼슘) | Phosphorus(인)

단백질 : Albumin(알부민) | Globulin(면역글로불린) | Total Protein(총단백질)

내분비 : Glucose(혈당) | Cholesterol(콜레스테롤)

전해질: Na+(나트륨) | K+(칼륨)

내분비: T4(총갑상선호르몬) | Cortisol(코티솔)  

뇨검사: SG(뇨비중) | Urine PRO(요단백) | Urin GLU(요당) | Urin Bact(세균뇨)

혈압: SBP(수축기혈압)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비용을 부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주치의와 상의 후 아쉬운 대로 필요한 항목에 대해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병을 찾아내지 못해 병이 악화하고, 결과적으로 치료비만 더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또한 혈액검사를 항목별로 받게 되면 각각의 항목당 단가가 비싸져 결과적으로 건강검진 비용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질병의 조기발견은 생명과 관여된 일인 만큼 되도록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므로 혈액검사는 항목을 이해하고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권기범 원장(예은동물병원): 강원대 수의대 졸업 후 건국대 수의외과학 석사를 졸업했다. 국내 유일 2차 동물병원인 해마루(경기 성남시)에서 인턴 과정과 외과 심화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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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헬스조선 『펫진』과의 콘텐츠 협약에 의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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