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꼬챙이 개 도살, 대법원 유죄 판결
오늘 19일 오후, 서울 고등법원 법정에서 “개 전기 도살”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지난 2017년, 김포에 소재한 한 육견농장의 운영자인 ‘이씨’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씨’는 2011~2016년 매년 수십마리의 개들의 입에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감전시키는 방식으로 도살을 해왔지요.
‘이씨’는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되어인천지법 1심에서 무죄, 서울고법 항소심(2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었습니다. 축산물위생법 등에서 정한 돼지/닭/오리 등 가축을 도살할 때 사용되는 ‘전살법’이 개에게 적용되었을 뿐이라는 것이 무죄의 이유였지요.
2018년 09월, 개는 축산물관리법에서 가축으로 규정한 동물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동물보호 및 동물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힘입어 대법원에 회부되었고 대법원의 판결은 이전 판결과는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씨가 개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도축 장소 환경 등 전기를 이용한 도살 방법의 구체적인 형태, 그로 인해 개에게 나타난 채내/외 증상 등을 심리해야한다
대법원의 판결문으로 인해 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2019.12. 19일에 이르러 서울 고등법원에서 개의 뇌가 아닌 주둥이에 전기를 흘려 죽이는 것은 동물 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방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지게 되었습니다.
검찰, 전기를 통한 개 도살 잔인성 피력해
검찰측에서는 서울대학교 수의학 교수를 참고인으로 모시고 개에 대한 전기 도살의 잔인성을 피력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동물이 즉각적인 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 후 전기를 통하게 해야하지만 ‘이씨’는 전혀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바닥을 물로 적셔 개가 죽지 않은 채 쓰러진 후에도 전기가 통하도록 하였다. 전기가 뇌로 바로 통하지 않는 한 전살 당하는 개는 뇌가 아닌 다른 부위로 흐르는 전류에 대한 고통을 느낀다
또한, 미국 수의학협회의 지침 및 동물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에 나와있는 동물의 도살법 중 ‘즉각적으로 무의식에 빠드리지 않는 감전사’를 금지하는 것 또한 유죄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이 의미있는 이유
대법원에서는 위의 내용들을 종합하여 ‘개를 기절한 후 죽음에 이르게 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했지만 이씨의 도살방법은 고통 최소화에 대한 대책 없이 고통을 가한 방식으로 동물의 생명보호와 안전보장이라는 법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대법원이 잔인함의 기준을 사람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겪는 고통의 정도로 반영한 것으로 기존의 법전 속 답답한 법 해석이 아닌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법 적용이였다는 점에서 동물단체 등에서 매우 환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슷한 동물학대 사건들에서 내려진 거의 모든 무죄 판결들이 단순 법전해석이였기 때문이죠. 이 판결로 인해 앞으로 개 도살 업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개 도살이
1) 개를 도망가지 못하게 가두거나 묶는다
2) 머리에 물을 뿌린다
3) 전기봉을 물게 하거나 주둥이에 댄다
4) 기절하면 끓는물에 넣는다
(혹은 토치로 그을린다)
로 진행되었었기 때문이죠. (법원에서 이씨가 행한 도살법을 읽자 많은 사람들이 울거나 주저앉았다고 하네요)
이러했던 기존의 개 도살에 앞으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1) 머리에의 단일 전기 충격 (주둥이, 항문 금지)
2) 머리에서 몸통으로의 단일 전기 충격
3) 머리 및 몸통에 대한 두 차례의 전기 충격 방식
이 방식으로 완전히 의식을 잃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앞다리를 쭉 뻗으면서 등이 활처럼 되었는지’ 여부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동물보호법에 저촉됩니다
특히나 개는법적으로 가축도, 축산물도 아니여서 도축방식이 규정되어있지 않기에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이 판례를 시작으로 다양한 사례에서 위반으로 선언되면 앞으로 개농장의 합법적 입지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대법원에서 위와 같은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은 ‘잔인함’에 대한 기준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하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에요. 많은 동물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소득증대 등이 우리 사회의 생명감수성을 높였고 법조계 또한 이런사회 분위기와 국민 정서를 반영했기에 있을 수 있는 판례였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수고하셨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결국 이씨는 최후의 변론에서 변호사를 통해 돼지농장을 하다 구제역으로 문을 닫고 교통사고 휴우증으로 거동이 어렵게 되어 형편이 안좋아 이 전 농장주에게 배워서 시작하게 된 일이라고 호소했습니다.
법정에서도 ‘이씨’가 더 이상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을 들어 2년의 선고유예와 벌금 100만원 선에서 판결을 마쳤지요. 개 식용은 결코 몇몇 사람들의 악행으로 유지되는 단순한 나쁜 일이 아닙니다
모두를 고려한 대안 생각해야
사회 구조와 여러 이해관계 안에서 유지되는 복잡하고 뿌리깊은 악습입니다. 개 도축, 개고기 식당등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분명 개를 괴롭히기 위해 일하시기 보다는 모두와 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 식용 업자분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욕설보다는 그 굴레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원과 건강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이번 포스팅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