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우리는 귀여운 아이나 동물들을 보면 반사적으로 돌고래 소리를 내게 된다.
인간의 음역대로는 몸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귀여움의 감탄사를 표현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인데.
고양이 ‘민순이’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는 집사 민석 씨는 최근 집 청소를 하다가 밖에서 들려온 돌고래 소리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옹~ 그저 창밖을 보고 있었을 뿐..” |
민석 씨는 집 청소를 하기에 앞서 환기를 시키기 위해 건물 복도 쪽에 붙어 있는 옷방 창문을 열어뒀다.
잠시 거실에 나간 사이 복도에서 들려온 돌고래 소리에 화들짝 놀란 민석 씨는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문을 열어 봤단다.
알고 보니 승강기에서 내린 아주머니께서 옷방 창틀에 앉아 밖을 구경하고 있는 민순이랑 눈을 맞추고 “왜 이리 예쁘게 생겼어”라며 칭찬을 해주고 있었다고.
“집사야. 내 이름이 언제부터 꺅 너무 귀여워였냐옹?” |
[민석 씨 : 잠깐 환기를 시키려고 열어뒀는데 민순이가 거기에 앉아 있었어요. 칭찬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는데 여러모로 놀랐네요.]
짧은 순간이라 민순이가 방충망을 뜯거나 열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지만 이후로는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는 민석 씨.
마음 같아서는 방묘창을 설치해 주고 민순이가 밖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지만 집 주인분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아쉽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된다옹!” |
그래서 지금은 환기가 필요할 때마다 민순이를 잠시 안방에 두고 있단다.
2년 전 민순이와 처음 만났다는 민석 씨는 첫눈에 묘연을 느꼈다고 한다.
다른 냥이들과 달리 홀로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세상 다 산 표정을 짓고 있는 민순이를 보고 최고의 묘생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고.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처음에는 서로 고전을 했지만 지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역시 집사 품이 가장 좋다옹~” |
마음을 연 순간부터 개냥이의 면모를 보였다는 민순이.
매일 밤 민순이는 집사의 품에서 골골송을 부르다 머리 위에서 자고, 아침 7, 8시면 배 위에 올라와 꾹꾹이로 깨우는 사랑스러운 기상 요정이란다.
혹시라도 민석 씨가 다른 방에 있거나 화장실에 있으면 발로 슬며시 열고 다가와 옆에 자리를 잡는다는데.
“집사! 날 두고 가면 안 된다옹! 꼭 붙어 있으라옹~” |
[민석 씨 : 얼마나 조용히 움직이는지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다가 몰래 들어와 옆에 자리를 잡고 있던 민순이를 밟을 뻔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이처럼 민순이는 집사 껌딱지의 면모를 보이며 민석 씨와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냐는 질문에 민석 씨는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수술을 잘 마치고 집에 온 뒤 마취가 서서히 풀리면서 힘들어했다는 민순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민석 씨의 마음은 타들어 갔다는데.
“집사가 간호해 준 덕분에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냥!” |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을 텐데도 그날 민순이는 아픈 몸을 질질 끌고 민석 씨의 품에 안긴 뒤 작게 그르릉거렸단다.
[민석 씨 : 그날 민순이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 정말 펑펑 울었네요. 그 후로 민순이랑 저와의 사이가 더욱 끈끈해진 것 같아요.]
“공부 다 했으면 나 좀 쓰다듬어 달라옹! 빨리!” |
2년 동안 정이 너무 많이 들어 이제는 민순이를 단 하루만 못 봐도 힘들다는 민석 씨는 “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마다 자다가 일어난 눈으로 반겨줘서 고마워”라며 “덕분에 그날 받았던 스트레스들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어 “네가 없는 빈 집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사랑하는 주인님. 나와 묘연을 맺은 고양이가 너라서 고마워”라며 “건강을 위해서 간식은 좀 적게 먹고 오래오래 많은 추억 남기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