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스토리
지난 1일, 영국 도싯 해변에 아기 바다표범이 나타났습니다.
아기 바다표범은 왼쪽 지느러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뭍으로 올라온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바다표범을 발견한 해변가의 관광객들은 녀석을 주변 구조대나 기관에 신고하기는커녕 카메라를 들고 몰려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누구 하나 몰려드는 관광객을 제지하거나 막지 않았고, 모든 야생동물이 그러한 듯 낯선 사람들이 몰려들자 아기 바다표범 역시 다친 지느러미를 끌며 바닷속으로 도망쳤습니다.
해가 지고 인적이 뜸해진 저녁이 돼서야 아기 바다표범은 다시 뭍으로 올라왔고, 이를 발견한 관광객이 곧장 RSPCA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기 바다표범은 치료 시기를 놓친 탓에 죽고 말았습니다.
지역 야생동물 전문가 데릭 데이비 씨가 말했습니다.
“낚싯줄이 지느러미를 파고들었고 감염이 뼈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치료는 불가능했고, 고통이 너무 커 안락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안타까운 듯 말을 이어나가며 관광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우리에게 신고만 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었습니다. 설령 구하지 못했다고 해도 고통을 덜어줄 수는 있었겠죠.”
“녀석은 다친 몸을 이끌고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다 상처가 악화되었고, 고통만 더 길어진 셈입니다. 제발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사진 찍으려고 다가가지 말고 신고부터 해주세요.”
이런 사건은 나라와 지역을 불문하고 수차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관광객이 헤엄치는 야생 무스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다 결국 뭍으로 올라오지 못해 익사한 사건도 있었죠.
물론, 관광객들이 악의를 가지고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귀엽게 촬영한 동물이 죽었다는 사실에 그들도 죄책감을 느꼈으리라 믿어요. 다만 이제는 단순한 시민성이나 상식에 기대기보다는 야생동물에 대한 이해와 교육 그리고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