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배리 수의사

날씨가 좋은 초여름날. 지방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화술의 고객이 방문했다.

저기요, 원장님이시지요? 우리 애가 강간을 당했어요.
[네? 무슨 말이신지.]
아 글쎄 우리 동네의 망나니 수컷놈이 우리 애를 임신시켜서 네 마리나 낳았다고요.
[그랬군요. 그런데 암컷 아이가 허용하지 않으면 임신은 쉽지 않은데요? 수컷 보호자분은 뭐라시던가요?]
내가 그랬어요. 애들 건사하기 힘드니까 어쨌든 책임지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50만 원을 부양비로 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화가 나서 법원에 강간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더니 100만 원을 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받았는데 그 돈으로는 애들 몇 개월만 키워도 그 금액은 넘어가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참에 고소를 하려고 하는데 원장님이 법원에서 증언을 해 주셨음 해서요.
[음,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하지만 법원에서 판사님이 그런 경우에 수컷의 보호자가 책임감에 100만 원이라도 지불을 했다면, 그 이상의 금전적인 부담을 강아지들 아비 견주에 더 책임지라고 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아니지요. 애들 안 키워 보셨지요? 아이들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원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허허허. 저도 양육비가 많이 든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반려견 암수가 어쨌든 어울려 애를 낳았다면 그건 수컷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발정이 와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거든요.]
아이 참! 원장님하고는 말이 안 통하네요. 다른 병원에서 알아봐야겠네요.

김해라는 도시는 아직 자신의 집에서 바람 쐬듯 동네를 거닐다가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새끼를 가지면 암컷의 집에서 수컷의 집에 한두 마리를 보내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인 관계였는데, 요즘 세대는 이렇다는 것이 씁쓸하다.
갑자기 바람이 가을로 접어드는 초여름의 날씨에 계절도 내 마음에 동하는 듯하다.
참고로 그 암컷의 보호자분은 자신을 직업을 아마추어 작가라고 했다. 관공서에서도 한 역할을 한다는 후렴도 있었다. 어쨌든 사돈끼리 싸우지 않고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인 나의 입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