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투게더 여러분. 안녕하세요. 치즈 아빠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앵무새의 애교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오늘은 앵무새의 지능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앵무새가 사람의 언어를 따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앵무새들이 똑똑하다는 것은 대충 짐작하는데, 대체 어느 정도로 똑똑한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앵무새의 지능에 대해 알기가 쉽지않다
앵무새 지능에 대해 검색하다 보면 이해가 될 듯 말 듯 한 용어들 때문에 괜히 머리만 혼란스러워집니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조류는 교핵이 작은 대신 SpM이라 불리는 나선형 핵(피질과 소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 있는데, 앵무새는 바로 이 부분이 다른 종에 비교해 유독 발달했고 인간의 뇌와 유사성도 많이 갖추고 있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 거 같기도 한데, 용어가 꽤 생소하죠. 이과 출신 독자분들은 부분적으로라도 이해가 가능하겠지만, 저 같은 문과 출신들은 앵무새 지능에 대해 이해하려다가 오히려 본인 지능에 대해 스스로 의심하게 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통해 최대한 이해가 쉽도록 아주 간결하게 독자분들에게 앵무새의 지능을 설명해보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100개의 단어를 기억했던 회색앵무 알렉스(Alex)
미국에서 세간의 화제가 됐던 회색앵무 알렉스(Alex)는 5세 아이 지능을 가진 것으로 유명세를 치렀고, 2009년 우리나라에 책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앵무새의 지능에 대해 연구했던 아이린 페퍼버그(Irene Maxine Pepperberg) 하버드 교수가 직접 키웠던 이 앵무새는 31세(1976~2007)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100단어 이상을 구사했고 50개의 사물, 7가지의 색과 5가지의 모양을 구분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죽기 전날 밤, “잘 지내요, 사랑해요, 내일 봐요”(You be good, I love you. See you tomorrow)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물론,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이 앵무새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마이클 조던을 보고 미국인은 다 농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거든요.
유언을 남길 수 있는 동물, 앵무새
그렇다면 실제로 다른 앵무새들은 얼마나 똑똑한지 궁금하지 않나요? 아주 쉽게 말씀드리면 앵무새는 크기가 클수록 똑똑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TV로 흔히 접하는 큰 앵무새들은 대부분 회색앵무 혹은 마카우(홍금강, 청금강, 한스마카우 등)라는 종에 속하는데 일반적으로 5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이 5세지, 동물이 5세 정도면 실로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죠. 태어난 지 1년 반~2년 정도만 되면 간단한 단어나 문장은 상당수 구사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훈련이 어느 정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회색앵무 알렉스에서 보듯, 앵무새는 동물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언을 남기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그렇다면 반려조 치즈의 지능은?
치즈는 앞서 말한 마카우 종보다는 훨씬 작은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퀘이커’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무새를 키우는 분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류 중 하나가 바로 이 퀘이커입니다.
대형 앵무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으나, 치즈 역시 뛰어난 지능을 자랑합니다. 현재 1살인 치즈가 구사할 수 있는 단어의 수는 10~15개 남짓이라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적이 많습니다. 예컨대, 새장의 경우 새가 나오지 못하도록 밖에서 문고리를 채우는데 치즈는 뛰어난 관찰력으로 이 문고리가 열고 닫히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스스로 열고 나오곤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생후 6개월 이내에 벌어졌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이죠. 또한, 닫힌 문을 가운데 두고 밖에서 노크하면 노크 빈도수에 맞춰 치즈가 부리로 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고 놀란 적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물물교환의 원리까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다른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치즈 역시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에 매번 상당한 관심을 가지는데요. 저희가 관심을 주지 않고, 저희끼리만 무언가를 먹을 때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아몬드, 해바라기 씨 등)를 가져와서 저희 앞에 떨어뜨리고 우수에 가득 찬 눈빛으로 엄마, 아빠를 쳐다보며 음식을 달라고 사정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놀라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연달아 같은 행동을 하는 거 보고‘난 놈’이라는 확신을 했습니다. 새가 이 정도라니 놀랍지 않나요?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앵무새들의 경우 상대가 도움이 필요할 때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기도해서 일각에서는 앵무새를 ‘날개 달린 유인원’이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이제 독자분들도 앵무새가 단순히 말을 따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뛰어난 지능을 갖춘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셨죠?
권윤택 에디터 (passion83k@gmail.com)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졸저만 두 권 출간한 채 평범한 연구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2월부터 에메랄드 빛깔의 작은 앵무새 ‘치즈’를 키우게 된 이후로 길바닥의 참새, 비둘기마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감수성 높은 아빠다. 현재는 치즈엄마와 단란한 신혼을 보내고 있고, 주중에는 평범한 회사원, 주말에는 앵집사 치즈아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육조(育鳥)생활에 전념한다. 친동생과 공저로 <무심장세대>, <삶의 36.5도>를 썼다. 현재 아내와 함께 네이버 웹소설에서 <나는 시방’새’다>를 연재중이다.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83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