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홍콩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 코로나19 양성 사례에 대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약한 양성(Weak Positive) 반응에 대해 홍콩 당국은 처음엔 샘플의 오염가능성을 언급하다가, 약한 양성 반응이 반복되자 사실상의 감염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반려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코로나19가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죠.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반려견이 코로나19의 증상을 나타나거나 혈액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정말 감염되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여러 번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지만 여전히 감염은 아닐 수도 있고, 전염에 대한 우려가 낮다니요.
같은 결과를 두고 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지를 이해하려면, ‘감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의 차이를 먼저 이해하셔야 합니다.
감염이란 무엇일까요? (수)의학의 구체적인 영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감염이란 보통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유기체(숙주)의 신체 조직에 침투하고, 2. 숙주의 조직에서 증식하여, 3. 숙주가 병원체나 병원체가 생산하는 독소에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죠.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세균/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의 병원체에 의해 신체 어딘가가 아프면 그냥 ‘감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보시다시피 의학적인 정의는 약간 복잡한데요. 학자들이 이처럼 감염의 정의를 복잡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 감염이 일어나는 양상이 일상의 언어처럼 직관적이지 않고 굉장히 복잡다단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종에서는 감염된 생명체를 거의 죽음으로 이끄는 병원체가 다른 종에서는 전혀 문제를 나타내지 않기도 하고, 감염된 이후 아무런 증상 없이 한참을 숨어있다가 십수년이 지나서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충분한 분량의 병원체가 체내에 침투하지 못할 경우 숙주의 면역체계가 작동해 방어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이번 홍콩 반려견의 경우는 어떨까요? 현재 보편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코로나19 검사는, 검사 대상자로부터 검체를 채취해 RT-PCR이라는 방법으로 특정한 바이러스가 가지는 물질(염기서열)이 검체 내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최초 검사에서 약한 양성이 나타났다면, 반려견의 조직이 아닌 주변 환경에서 극소량의 바이러스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 반복된 검사 결과가 계속해서 양성이라면, 이는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반려견의 조직에 침투해 증식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여기까지는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들이고, 그래서 홍콩 당국은 해당 반려견에 대해 ‘사실상의 감염’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만약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반려견에 침투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면역반응이나 임상증상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반려견 감염 사례 자체가 매우 특수한 케이스로 끝난다면, ‘강아지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교과서를 고쳐 써야 할까요?
이런 경우 강아지 입장에서만 보면 코로나19를 감염병으로 다루거나 실질적인 수의학적 관리를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어떠한 병원체(바이러스)가 다른 종으로부터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과, 그렇게 감염된 개체가 바이러스를 또 다른 개체(혹은 사람)에게 전파시킬 수 있는가 여부는 서로 별개입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코로나19와 가까운 친척뻘 바이러스인 SARS는 홍콩에서 일부 반려묘에도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고양이들이 다시 사람에게 전염시킨 것으로 나타난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코로나19가 종 사이의 장벽을 완전히 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완전히 안심해도 된다는 뜻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닭들이 걸리는 독감에 비유되는 ‘조류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드물게 조류에게서 사람으로 종 사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감염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요.
조류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역시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는 드물고, 닭에게서 건너온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다시 전염될 가능성 역시 극도로 희박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어느 시점에 변이를 일으켜 닭이 아닌 사람 사이의 전염병이 될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서 해서 이종간 전파 가능성이 있는 병원체를 부주의하게 다루고 빈번하게 접촉하면, 어느 순간 다른 숙주에 정착해버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상황과 과학적인 근거를 종합해, ‘홍콩 반려견의 경우 감염이 인정될 수 있지만’ ‘공포에 사로잡혀 반려동물에 대해 과도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으며’ ‘사람이 그러하듯 외부 접촉에 주의하고 산책 이후의 청결관리 등 생활위생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것입니다.
덧붙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6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내놓은 자가치료 혹은 자가격리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한 반려동물 임시 가이드를 내놨습니다.
CDC는 현 시점에서 반려동물이 코로나19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집에 있는 코로나19 확진자일 경우 다른 사람 가족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과의 직접 접촉을 피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껴안거나 뽀뽀를 하지 말고, 또 반려동물이 자신을 핥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이죠. 물론 음식을 나눠 먹는 것도 안됩니다.
접촉을 줄이기 위해 가족 구성원 가운데 특정 한 사람이 반려동물을 돌보도록 하고, 확진자가 어쩔 수 없이 돌봐야 한다면 완치될 때까지는 돌보기 앞뒤로 손을 씻는 것은 물론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수의계 역시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공포에 사로잡혀 반려동물에 대해 과도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습니다. 위생 수칙을 잘 지키면서 이전처럼 사랑을 듬뿍 나눠주시면 됩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