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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죽음 팝니다”…묻지도 않는 안락사 ‘장례업체’

“반려동물 죽음 팝니다”…묻지도 않는 안락사 ‘장례업체’

# “반려견 안락사요? 보호자가 마음만 먹으시면 됩니다.” 5살짜리 반려견을 기르는 A씨는 결혼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예비 배우자가 반려견과 함께 사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A씨에게 ‘동물 장례 대행업체’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별다른 사유가 없지만 안락사할 수 있냐고 문의하는 A씨에게 해당 업체 관계자는 “보호자 마음이 아플 수 있으니 사정은 묻지 않는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법이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어도 안락사를 주선하는 일부 반려동물 장례 대행업체, 이들과 제휴를 맺고 안락사를 집행하는 일부 비윤리적인 수의사들의 작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행태를 차단하려면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례업체·화장장·수의사와 제휴…”안락사 이유,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동물 장례 대행업체는 동물 장묘업체에 고객을 유치하는 업무를 한다. 하지만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업체는 동물병원과 물밑 제휴를 통해 ‘조건 없는 안락사’를 중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행업체에 대한 접근은 별다른 어려움도 없다.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SNS에는 광고나 소개글이 넘쳐났다. 이들은 ‘(안락사가)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법’, ‘어떤 선택을 하든 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감사하며 행복해 할 것’이라고 홍보하며 안락사를 권했다.

일부 업체에 전화를 걸어 반려동물 안락사를 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자 “안락사 사유는 상관이 없으니 결정하고 연락하시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의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는 동물의 나이나 건강 상태, 사고유무 등은 이들 업체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한 대행업체는 문의 전화에 “(일반적인) 동물병원에서는 안락사를 못하지만, (우리와) 협력하는 수의사는 해준다”며 “그냥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 말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또 다른 대행업체는 보호자가 동물병원에서 안락사한 반려동물을 화장터로 옮기는 걸 힘들어하기에 수의사가 직접 화장터로 출장을 나와 안락사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의 안락사 비용은 일반적인 안락사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해당 업체들이 △동물병원 △화장장 △장례 서비스 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일종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에선 “화장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럴 경우 비용이 올라간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법령, 안락사 규정 ‘두루뭉술’…전문가 “안락사 규정 논의해야”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명확하게 위법이 아니라는 데 있다. 동물 안락사와 관련된 법령과 시행규칙이 두루뭉술한 까닭이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1항4호는 동물의 안락사에 대해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금지 행위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동물의 습성 및 생태환경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경우 등 2가지뿐이다. 명확한 안락사 금지 행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권유림 변호사(법무법인 율담)는 “동물보호법 제22조는 지자체 보호소의 안락사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만, 사설업체의 안락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동물보호법 8조의 시행규칙도 좁게 규정하고 있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설령 수의사가 (안락사를) 진행했다 할지라도 안락사를 정당화할 수 없는 사유”라며 “고통을 완화하거나 고칠 수 없는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정당화될 사유는 아니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위반이 적용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법학회 회장을 지내고 있는 김태림 변호사(법무법인 비전)도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1항4호의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겠으나, 이를 실무적으로 입증하는 문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안락사에 대해 입법적으로 절차나 방법과 기준에 대한 부분을 논의할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학대에 해당, 고발 검토할 것”…수의사 “비윤리 행위 규율도 필요”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수의사회는 이 같은 일부 장례 대행업체와 수의사들의 행태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에선 이들에 대한 고발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진경 동물보호단체 카라 이사는 “재산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는 동물학대에 해당된다”면서 “의료적 방법을 이용한다 뿐이지 문제가 있다”며 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라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서국화 변호사(법무법인 울림)는 “(해당 안락사를 돕는 수의사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있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적용할 수 있고, 중계업체는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안락사를 요구하는 사람의 개인적 사정, 못 키우게 됐다든가 돈이 없다든가 하는 것은 재산상의 위협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수의사회 측도 “안락사는 굉장히 엄격한 윤리적인 기준 하에 수의사가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며 “(안락사 중개 및 무분별한 시행 같은) 행태는 굉장히 부적절하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반려동물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삶을 유지하는 것보다 크다고 하면 안락사를 권한다든지 하지만, 단순히 키우기 귀찮다는 건 (안락사의)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며 “다만 이는 윤리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법적 판단이 어렵고, 비윤리적 행위라는 것만으로 수의사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윤리적 의사에 대해 의협이 면허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의료법과 달리 수의사법에서는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수의사회 차원에서 요청할 수 있는 근거 법령이 없다”며 “(법률 정비를 통해) 명백한 법률 위반이 아니더라도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규율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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