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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유세’, 후폭풍 거세다

【코코타임즈】

 정부가 ‘제2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0~2024년)을 통해 반려인들에 ‘반려동물 보유세’ 부과 문제를 공론화하자 산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반대 의견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는 물론, 동물단체들 사이에도 입장이 크게 다르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며 유실·유기동물 보호, 동물 편의시설 확대, 관련 민원 해결, 의료비 부담 완화 등 각종 행정 서비스 요구가 늘고 있어 재원 마련을 위해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골자.

그러나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인들에게만 세금을 물리는 것이 맞느냐”는 원칙론부터 “세금을 회피하려 오히려 동물 유기가 더 늘 것”이란 우려, “그나마 이제 기지개를 켜려는 반려동물 산업에 정부가 먼저 찬물을 끼얹는다”는 볼멘소리까지 곳곳에서 찬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거둬들인 보유세로 농림부 산하 전문기관을 신설하고, 유기동물을 담당하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운영비 등에 쓰겠다는 대목에선 ‘공무원 자리 늘리기’란 진짜 의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직장인 A씨는 정부가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세수 마련 등을 이유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을 듣고 덜컥 화부터 났다. 버려지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불쌍하긴 하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반려동물 가구만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취지엔 공감…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A씨를 비롯한 많은 반려동물 가구가 편의시설 확대, 의료비 완화 등을 위한 세금 납부에는 일정 부분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의료비는 사설 보험 이외에 기댈 곳이 없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도 반려동물 보유세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다면 버려지는 유기동물 문제도 상당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버려지는 반려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세금을 반려동물 가구만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반려동물 가구가 유기동물 보호를 위한 세금을 전담하는 것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이들 모두를 ‘잠재적인 동물유기 위험군’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 반대 여론 만만찮아

지난 16일엔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합니다”란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와 20일 현재, 1만 6천여 명이 동의한 상태. 청원인은 “아마도 이 법안이 시행이 된다면 버려지는 아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지적하고 “버려지는 아이들 줄이려면… (차라리) 반려동물 의료보험을 만들어달라”고 주장했다.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에서 발생해야 하는데, “반려동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세금을 내는 것은 세금의 기본정책에 반하는 접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유기동물 더 많아질 것”

이와 관련, 한국펫산업소매협회는 “(동물 유기 방지를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며 “반려인에게 경제적, 제도적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엄청난 유기동물을 양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영국의 경우 과도한 규제로 젊은이들이 반려동물 키우기를 기피해 펫 산업이 쇠락했고 인근 국가와 중국에 펫 산업을 내줬다”면서 “우리 펫 산업도 이들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동물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 나뉘어

조영수 동물권단체 하이 대표는 “보유세를 부과함으로써 무분별하게 키우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제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찬성한다”며 “다만 반려동물 등록제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 부과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정확한 숫자 파악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거둔 세금으로 반려동물 편의시설 확대, 동물 병원비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보호자들의 반발도 줄어들 것”이라며 “유기동물 입양 시 세금 감면 등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해 보유세 차등 부과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세금보다는 매년 반려동물 등록을 갱신하도록 하고, 그 수수료를 동물보호 비용으로 쓰는 것이 유기동물 근절과 소유자 책임 강화를 위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라는 사회적 가치에 들어가는 예산은 반려동물 보호자들만이 아닌,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도 연 1만 원 정도 등록비를 지불하고 그 수수료를 동물보호 비용으로 쓰고 있다”며 “그러나 등록 갱신은 세원 확보가 목적이 아니라 동물 유기를 줄이고 책임감을 높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동물에 대해 물건처럼 ‘보유세’라는 표현을 써서 세금을 걷는다는 것도 찬성하지 않지만, 현재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변경 신고를 하는 ‘동물등록 갱신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로 인한 유기동물 증가 우려에 대해선 “버릴 사람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버린다. 다만 근본적으로 유기를 방지할 수 있고, 보호자에 대한 책임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래도 필요하다. 계속 검토하겠다”

이런 논란에도 정부는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반려동물 보호세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이 같은 사회적 비용의 책임을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부과하고 있는 만큼 보유세 도입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2022년부터 관련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을 거치는 등 공론화를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지난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동물 보유세 기본 취지는 ‘생명체를 책임지고 키운다’는 문화의 정착”이라며 “반려인들이 능동적으로 돈을 내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어 “우리 사회에 동물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은데, 지차체가 동물 관련 정책을 수행하면 결국 그분들이 낸 세금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식으로든 정책 보완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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