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사랑하는분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서적,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북폴리오, 16,000원
부산의 어느 마을에서는 할머니와 고양이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레나슈’라는 활동 명으로 널리 알려진 전형준 작가의 첫 번째 고양이 에세이. 전형준 작가는 어느 겨울, 마당에 들어온 고양이 가족을 촬영하면서 길고양이 사진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6년 길냥이 사진전, 2019년 작은이웃 展 등을 열었으며, 내리쬐는 햇빛과 아기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소니 알파 애니멀 포트레이트(Sony Alpha Animal Portrait) 글로벌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형준 작가의 [고양이와 할머니]는 첫 인상부터 집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표지는 주홍빛 화관을 쓴 고양이가 있고 뒤표지에는 할머니가 고양이를 안고 있다.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나는 만듦새다. 그렇지만 이 책이 고양이의 사랑스러움만을 이야기한 건 아니다. 작가는 5년 간 집 근처에서부터 재개발 지역까지 부산 곳곳을 다니며 길고양이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은 더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해 재개발을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던 길고야잉와 할머니는 삶의 터전을 잃어간다. [고양이와 할머니는]는 사라져가는 골목에서 그들이 남긴 마지막 추억인 셈이다.
꽁알이 할머니는 아들들을 다 서울로 보내고 30년째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마을에 쥐가 많아 쥐잡이용 고양이를 들였다가 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오면서 보살피기 시작했다. 처음엔 찐이라고 부르다가 콩알만 한 게 야옹야옹 말도 많다고 해서 ‘꽁알이’가 되었다고. 하나 할머니는 동네 길고양이 형제 여덟 마리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하나를 기르고, 부식 가게 할머니는 부식 가게를 하며 동네 길고양이들의 간식을 책임진다. 이렇게 부산의 어느 마을에서는 할머니와 고양이가 사진 속에서만큼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전형준 작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고양이와 할머니 이야기들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