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적도 없는데 반려견의 눈 아래가 갑자기 빨갛게 붓고, 볼에 구멍이 나면서 피고름이 흐른다면 반려인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피부병이나 눈에 이상이 있는지 의심하기 쉬운데요, 의외로 치아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려견의 눈 밑의 볼 부근이 조금 붓다가 피부를 뚫고 피고름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치주염의 염증이 심해져서 생기는 증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들은 윗턱의 이빨과 비강 및 안와(안구가 있는 뼈 부분의 공간) 사이의 뼈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얇습니다. 그래서 윗턱 어금니 치아뿌리 주변에 염증이 생길 경우 치아뿌리와 안와 사이에 구멍이 뚫리면서 눈 밑이나 한쪽 얼굴이 부어 오르고 심한 경우 볼에 구멍이 나면서 피가 섞인 고름이 나올 수 있습니다.
치첨농양 또는 치근단농양이라고 하는 치주질환의 하나인데요, 쉽게 말해 반려견에게 생기는 충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아가 잘 관리되지 않으면 치석이 생기고, 잇몸병과 치주염으로 이어집니다. 이빨 뿌리에 화농이나 염증이 일어나서 심해지면 결국에는 고여 있던 고름이 터져 피부를 뚫고 나옵니다. 대부분 10세 이상의 노령견에게서 윗턱의 제일 큰 어금니 뿌리에서 발생합니다. 치석 외에도 충치나 부러진 이빨의 치수가 세균에 감염되어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딱딱한 것을 많이 씹는 반려견일수록 치아에 더 많이 무리가 가기 때문에 더 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보통 눈 바로 아래에서 피고름이 나오기 때문에 피부병이나 안과 질환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피부의 단순한 염증이라면 항생제와 소염제 처방으로 치료되지만, 치아의 문제인 경우 약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고름이 나오게 됩니다. 치아 뿌리에 고름이 차오르다가 터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통증이 심합니다. 또 주변 조직에도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주세요. 눈 밑이 부었어도 피부가 찢어지기 전이라면 내복약으로 붓기를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피부가 찢어지면 수술을 해야만 합니다.
동물병원에서는 반려견의 먼저 구강상태를 체크하고, 일반 엑스레이 및 치과 엑스레이를 통해 치아 문제임을 확인합니다. 치과 엑스레이는 입 안에 엑스레이 센서를 넣고 촬영을 하여 각 치아의 뿌리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하게 됩니다. 원인이 확인되면 스케일링 및 발치를 통해 문제가 되는 이빨을 제거하게 됩니다.
치석을 제거하고 조기에 치료하여 이 증상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충치가 있거나 딱딱한 것을 씹다가 혹은 사고로 깨진 이빨이 있다면 빨리 치료를 해야 합니다. 반려견이 침을 흘리거나 입냄새가 신경이 쓰인다면 먼저 입 안을 살펴보고 치석이나 입 안의 염증을 점검해보세요. 잇몸이 붉게 부어오르거나 잇몸이 닳아 없어진 것처럼 꺼져 있다면 치육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눈 밑이나 볼 주위를 자세히 살피고, 가볍게 만져서 부었거나 무언가 차 있는 느낌이 든다면 수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잇몸의 염증으로 볼이 아닌 눈 밑이 부을 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