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힘든 시기인데, 동물병원계는 지금 사람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국가자격’이란 게 많이 알려져서인지 수의사들도, 보호자들도 동물보건사에 대한 기대가 높구요.”
지난 8월 창립한 한국동물보건사협회(KVNA) 김수연 회장<사진>은 28일, “동물보건사들에겐 지금이 아주 좋은 시기”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동물보건사 제도는 ‘동물간호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우리가 동물병원 업무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높이고, 자질 함량에 노력하는 게 동물 건강과 보호자 행복을 함께 지켜나가는 지름길이 되는 거죠.”
김 회장은 “바로 그런 동물보건사 성장과 권익 보호를 위해 협회가 만들어졌다”면서 “동물병원 성장과 동물보건복지 향상에도 늘 이바지하겠다”고도 했다.
동물보건사는 지난 2월 ‘제1회 국가자격시험’을 치러 총 2천311명이 처음으로 자격증을 받았다.
바로 이들이 협회의 핵심인 ‘정회원’. 매달 열리는 각종 세미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고, 회원카드와 동물간호수첩도 받는다.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거나,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들도 ‘일반회원’으로는 참여할 수 있다.
특별한 것은 제1회 합격자 89%가 넘는 2천65명이 ‘특례대상자’였다는 점. ‘동물보건사 양성기관 평가인증’을 받은 15개 학교 졸업생으로 일정 기간 이상 동물병원에서 간호 업무를 해온 경력자들이다.
연성대 겸임교수(반려동물학과)인 김 회장도 특례대상자 실습교육 강의도 하고, 교재 편집에도 참여하는 등 시험에 일정 부분 관여했다.
“결과를 보니, 역시 실력 있는 멤버들이 합격하더군요. 수의사 선생님들과 호흡을 맞춰 동물보건사들도 우리나라 동물 의료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높여나갈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이 들었죠.”
그는 또 “한발 더 나아가 동물보건사들이 고학력 스펙을 갖출 기회도 넓어질 것”이라 귀띔했다. 대구한의대에 동물보건학 석사 박사 과정이 새로 생긴 것도 그런 흐름에서다.
동물병원의 대형화,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동물보건사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회가 계속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1인 4역, 1인 5역의 당찬 여장부…동물보건사협회장 맡은 후 또 강행군
김 회장은 동물병원 ‘현직’이기도 하다. ‘로얄동물메디컬센터 강동'(대표원장 김종열)의 경영부장. 대형 사람병원으로 치면 ‘행정원장’ 격이다.
여기서 근무한 지 10년, 이전에 있던 곳까지 더하면 동물병원 ‘짬밥’만 20년이 넘었다. 우리나라 펫산업의 성장과 변화상을 현장에서 직접 보아왔던 셈이다. 그중에서도 수술방 전담을 오래 했다. 힘들고 궂은일 마다하지 않는 성격 덕분이다.
그러면서 건국대 대학원(응용수의학)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새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자료를 찾고, 데이터를 모으고, 책과 논문들을 뒤적여야 했다.
“저말고 다른 누군가도 저처럼 자료와 지식, 실력에 목마른 사람이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온라인 카페를 만들었죠. 저의 경험과 자료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1,2년 전부터 카페 멤버가 2천명을 넘어섰다. 그중 매일 200명 넘는 이들이 정보를 나누고, 현안 토의를 벌인다. 올해 동물보건사가 본격 배출되면서 ‘협회’ 같은 공(公)조직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최근 건국대 수의대 박사 과정에도 들어갔다. 수의대 교수와 동물보건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한국동물보건학회’ 부회장도 맡았다. 5살 꼬마녀석 엄마 노릇까지 1인 4역, 1인 5역을 하는 셈이다.
동물보건사, 아직 ‘한계’ 많지만 동물병원 성장 축(軸)으로 자리 잡아야
그러면서도 동물보건사협회 창립 이후 또 숨 가쁘게 달려왔다.
수의사 교육 채널 ‘베터플렉스’와 손잡고 ‘동물병원 코디네이터 실무과정(베이직)’ 세미나(총 12강)를 지난 18일 새로 시작했다.
또 내달 7~9일 열리는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2022 온라인 학술대회’엔 수의사 세션과 함께 동물보건사 세션도 비슷한 규모로 크게 만들었다.
동물보건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기초 강좌들을 빼곡히 집어넣었다. 임상병리부터 방사선 촬영기법, 외과 수술기구 다루기, 간호 중재 기법, 조심해서 다뤄야 할 인수공통감염병까지.
“동물보건사협회는 동물병원에 대응하는 ‘노조’가 아닙니다. 저희 회원들에게 늘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우리가 실력을 기르는 것은 우리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의 병원들 성장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동물보건사 제도는 이제 시작인 만큼 한계도 많다. ‘국가자격’이라지만 아직 동물보건사에 허용되는 업무 범위나 법적 보호장치 등은 미흡하기 짝이 없기 때문.
“동물보건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선 법적인, 제도적인 보완도 많이 필요합니다. 변호사들과 협력해 그런 문제들도 차차 해결해 가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보건사가 우리나라 수의료 발전의 중요한 축(軸)의 하나로 자리잡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