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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응급상황 혈액 필요…생명 살리는 헌혈센터”

“동물들도 응급상황 혈액 필요…생명 살리는 헌혈센터”

“내년에 동물을 위한 헌혈센터를 설립하려고요. 공혈견이 아닌 반려견 보호자들의 자발적 참여 하에 좀 더 윤리적으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에는 지난 2016년 국내 수의과대학 중 최초로 개설한 동물응급의료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응급진료를 전담하고 있는 한현정 교수<사진>는 그동안 수많은 생명을 살려왔다.

하지만 응급 상황에서 공급해야 할 혈액이 항상 부족하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에 한 교수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헌혈센터(가칭 KU도그너헌혈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헌혈견 제도화해야 윤리적 혈액 공급에 도움”

강아지, 고양이 등 동물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응급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 및 장기 손상, 암 세포 또는 악성 종양이 커지거나 지병이 악화되는 경우 등이 있다.

응급 상황에서는 특히 혈액 공급이 중요하다. 하지만 혈액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상당 부분을 공혈견의 혈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혈견(供血犬)의 경우 뜬장, 잔반 먹이 공급 등 사육 환경이 문제된 바 있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환경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환견들을 위해 헌혈을 하고 있는 강아지(건국대 동물병원 제공) © 뉴스1

이에 건국대 동물병원에서는 원내 헌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아임 도그너 캠페인도 함께 했다. 헌혈견을 제도화해야 수혈이 필요한 동물들에게 윤리적으로 혈액을 공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을 매혈에 의존하다보니 공혈견 문제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혈견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이 많이 개선은 됐다지만 반려견 보호자들의 자발적 헌혈 프로그램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헌혈 캠페인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순간 중 하나는 최근 빈혈이 심한 말기 종양 환견이 응급센터에 왔을 때였다. 당장 수혈을 해야 하는데 혈액형이 특수했다. 사람으로 치면 RH-A형. 일반적인 혈액형을 썼다가는 수혈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 교수는 “당장 수혈을 해야 하는데 특수한 혈액이라 구할 수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헌혈견 리스트에 있는 보호자 분들에게 연락을 했다”며 “그런데 세 분이 망설임 없이 헌혈을 해주겠다고 하더라. 그 중 한 분이 반려견과 와서 수혈을 해주고 생명을 살려주셨다.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자발적 헌혈견은 대다수가 대형견들

헌혈을 하려면 건강한 체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대형견들이 이를 충족한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는 개들을 대신해 보호자들이 헌혈 참여 의사를 결정한다.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검진을 한다.

환견들을 위해 헌혈한 영웅견들(왼쪽 심동화 인스타그램 및 건국대 동물병원 제공) © 뉴스1

일정량의 피를 뽑는 것은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개들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또 ‘대형견은 다 무섭다’는 편견을 깨주고 고마운 존재로 인식시켜 주기도 하니 공익적 차원에서 헌혈견 캠페인에 참여하는 보호자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한 교수는 “수혈 받고 살아난 반려동물들을 보면서 헌혈 프로그램이 좀 더 제도화되고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공혈견이 아닌 자발적 헌혈견을 통해 부족한 혈액 보급량을 늘리려고 한다. 건강한 내 반려견이 피를 나눠서 생명이 위태로운 다른 반려견을 살린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감동적이고 보람도 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은 가족…수의사는 따뜻한 마음 있어야”

한현정 교수가 몸담고 있는 곳이 응급센터다 보니 노령동물과 상태가 위중한 환견, 환묘가 많다. 한번은 노부부가 2~3개월전 길에서 구조해 키우던 강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온 적이 있었다. 골반 등이 골절돼 정밀검사부터 수혈까지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굉장히 넉넉한 상황이 아니셨음에도 불구하고 강아지의 건강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며 “강아지를 데려와서 보낸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시더라. 강아지를 위하는 모습을 보며 저희들도 최선을 다해 치료했고 건강을 되찾아서 기뻤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평소 정기검진도 잘 받고 상태도 확인하면서 건강관리를 잘해줄 것을 당부했다. 동물들은 아파도 숨기거나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회가 되면 간단한 응급처치 방법도 알아두면 좋다고 했다.

병원 이송 중에 응급처치를 해두면 정말 위급한 고비를 넘길 수도 있어서다. 그는 “평소 반려동물의 심장 박동수, 호흡 패턴 등을 잘 봐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갑자기 숨을 가쁘게 쉰다거나 평소보다 눈이 많이 충혈돼 있다거나 하면 빨리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응급센터를 운영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저희 센터 수의사들과는 교류를 자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도 한다(웃음)”며 “저희한테 연락이 온다는 것은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응급의료센터에서 긴급수술 중인 한현정 교수와 수의사들(건국대 동물병원 제공) © 뉴스1

한 교수는 후배 수의사들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수의사라면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반려동물을 다 키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보호자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다”면서 “물론 그 마음에만 끌려다니면 안 된다. 힘든 치료를 해야 하다 보니 감정에만 의존하면 힘들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의학적으로 우리가 제공해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찾되 그 가족들의 마음도 헤아리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려동물은 가족이지 않나.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최서윤 기자,정수영 기자 news1-10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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