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수족관을 떠나 제주 바다에서 야생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이르면 이달 내에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다.
11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에 따르면 비봉이 방류는 2013년 제돌이·춘삼이·삼팔이, 2015년 태산이·복순이, 2017년 금등이·대포 방류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류 일자를 정해놓고, 공식 행사를 열었던 과거와 달리 비봉이 방류는 ‘D데이’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방류협의체는 일주일이나 열흘의 방류 예상 기간만 정해둔 뒤 조류가 강하지 않은 날,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옆을 지나갈 때 가두리 구조물과 그물을 연결하는 끈을 끊는 방식으로 비봉이를 방류한다.
비봉이 방류를 총괄하는 김병엽 제주대학교 교수는 “비봉이가 홀로 방류되다보니 다른 무리가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그물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공식 행사를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이르면 이달 중순을 예상하지만, 바다 상황에 따라 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데이 정하지 않고 조류 강하지 않은 날 비공개 방류
지난 9월 초 제주를 강타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피해 퍼시픽리솜 수조로 이송됐던 비봉이는 지난달 27일 다시 바다로 돌아왔다.
방류협의체가 공개한 야생훈련 결과를 보면 비봉이는 매일 약 5~7㎏ 정도의 활어를 직접 사냥해 먹고, 호흡이나 잠수시간 등의 행동특성도 야생의 돌고래와 유사한 상태다.
특히 1차 가두리 훈련기간 28일 중 14일, 총 42회에 걸쳐 야생의 돌고래 무리와 접촉하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과거 제돌이·춘삼이·삼팔이 방류 때보다 7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비봉이는 돌고래 무리가 가두리 옆을 지나자 함께 유영하거나 물 위로 뛰어올라 몸을 수면에 크게 부딪치는 ‘브리칭’ 행동을 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지난 4일에는 2013년 방류된 제돌이가 가두리 옆에서 처음으로 목격되기도 했다.
제돌이를 포착한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제돌이와 춘삼이는 비봉이와 나이가 비슷해 과거 야생에서 수년간 함께 지냈던 경험이 있다”며 “비봉이가 야생에 있을 때 같이 지냈던 개체들이 속속 목격되는 것으로 보아 야생 본능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돌고래 무리와 40번 넘는 접촉…’제돌이’도 목격
다만 방류협의체는 비봉이가 여전히 사람에 대한 높은 친밀감을 보이는 점을 우려해 향후 훈련과정에서 사람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다양한 먹이를 제공하는 등 야생적응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김 교수는 “방류 후에도 비봉이에게 부착한 GPS 장치를 통해 최대 1년간 비봉이의 위치와 기록 등을 추적하게 된다”며 “비봉이가 수족관에서 17년을 산 만큼 어디를 가든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봉이의 야생 적응훈련 과정과 사진은 해양환경정보포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