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특별사법경찰이 지난해 개 도살 현장을 단속한 모습. |
[노트펫] 전기 꼬챙이를 사용하는 개 도살을 둘러싸고 벌어진 4년 여간의 재판이 결국 동물학대로 결론이 났다. 동물단체들은 이번 판결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면서 불법 개도살을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가 흐르는 꼬챙이를 이용해 개를 도살하는 건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모 씨는 경기 김포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면서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전기 꼬챙이를 개의 입에 대고 감전시켜 죽이는 방법으로 연간 30마리의 개를 도살, 동물을 학대한 혐의로 지난 2016년 기소됐다.
1, 2심에서 다른 가축에서도 전기도살방법을 쓴다는 취지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지난 2018년 9월 대법원 판결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잔인한 방법’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12월 고등법원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에 맞춰 이모 씨에게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모 씨가 농장을 접었고 경제적 사정을 감안해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 전기도살에 대해 동물학대 판결이 내려진 것만으로도 의미가 매우 컸다.
대한육견협회가 나서서 다시 대법원으로 재판을 끌고 갔지만 결론은 변함이 없었다.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전살법에 의한 개 도살행위가 동물보호법이 금지한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라며 동물의 생명보호와 그에 대한 국민 정서의 함양이라는 동물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충실히 구현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동물보호단체 행강, 동물자유연대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 “사제 전기쇠꼬챙이를 사용, 전기도살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개 도살 행위는 결코 인도적인 안락사가 될 수 없으며 상식에도 반하는 동물학대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판결이자, 동물의 생명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잔인한 개 도살을 중단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 선언”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국내 개농장은 3000곳 이상이며 개식용 산업으로 한 해 도살되는 개의 수는 100만 마리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경찰도 이번 판례를 적극 활용하여 전국의 불법 개 도살을 엄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단 동물학대 측면에서 뿐 아니라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위해서도 개도살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아울러 “이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개 도살 행위를 막고 불법 개농장 철폐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정부와 국회가 더이상 미루지 말고 개식용 산업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