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21세기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의 꿈은 대학 졸업과 함께 작은 아파트 한 채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험난한 대장정에 등 떠밀려서 오르게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의 인생 목표가 되어버린 아파트는 이상적인 주거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멋과 낭만 그리고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아파트 보다는 넓은 마당과 개성이 있는 단독주택이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런 주택에서 사는 것은 호사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대도시 권역 주민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결과, 아파트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최종 선택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파트가 대한민국에서 주거 형태의 대세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1970대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단독주택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에 대한 반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압축성장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따라서 그런 한국 현대사에서 50년 전의 이야기는 박물관급 역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1970년대는 쥐가 많았다. 쥐는 각종 질병을 전파하고, 쌀도 축내고, 단독주택의 기둥을 포함한 각종 목조 구조물들을 갉아먹는다. 그래서 범정부 차원에서 구서작업을 펼치는 등 쥐 소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많은 단독주택의 마당이나 부엌에는 쥐의 천적인 고양이들이 살았었다. 물론 그런 고양이들은 물 건너 온 품종묘들이 아닌 코리안 쇼트 헤어 간단히 줄여 코숏으로 부르는 고양이들이다.
거리에서 만난 코리안 숏 헤어(코숏). 2012년 촬영 |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대한민국 고양이의 이름은 하나였다. 두 개도 아닌 하나였다. 이런 기현상은 정부의 개입에 의한 일이 아니었다. 인위적인 기획 없이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진행된 것이었다. 믿기 어려운 일지만 70년대만 해도 그랬다.
필자가 키운 고양이의 이름은 나비였다. 그런데 옆집 고양이도 나비였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들이 키우던 고양이들도 나비였다.
재미있는 점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작명에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양이를 입양하면 일초도 되지 않아 “나비”라고 했다. 나비는 2음절이고, 받침도 없다. 어감도 좋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어린 시절 개성 넘치는 고양이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70년대 나비라는 단어는 어느 특정 개인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 이름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수백만 애묘인(愛猫人)들의 공용 지적재산이었다. 저작권료나 사용료가 전혀 없는 지적재산이었다.
당시 고양이와 나비는 의미는 같지만 쓰임새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고양이가 어른들이 사용하는 격식 있는 단어였다면 나비는 그 와 달리 아이들이 사용하는 유아용 단어로 사용되었다.
반려동물의 세계를 양분하고 있는 개나 고양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끼에서 성체로 성장하고 사고도 성숙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영원히 새끼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그렇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당시 고양이를 키우는 전국의 수많은 애묘인들이 나비라는 유아용 단어를 자신들이 키우는 고양이들에게 붙여준 게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