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배가 처져 있는 이유와 역할
#1 뱃살이 아니라 원시주머니!
우리가 고양이를 봤을 때 처진 배처럼 보이는 ‘원시 주머니’는 고양이의 뒷다리 관절에서 배까지 늘어진 살을 말합니다.
원시 주머니는 배의 피부만 만지는 듯한 말랑말랑한 촉감이 특징이며 고양이의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납니다. 이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고양잇과 맹수인 호랑이와 사자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 배 루즈 스킨과 질병의 구별법
우리가 봤을 때 처진 배로 보이는 루즈 스킨은 뒷자리 관절에서 배까지의 늘어진 살을 말하는데요. 루즈 스킨 또는 프라이모디얼 파우치(primodial pouch)라고 부릅니다.
고양이 배의 처진 부분이 루즈 스킨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다른 질병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구별법을 알아 둡시다.
- 비만
루즈 스킨과 구별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비만으로 인한 뱃살이에요. 고양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 봤을 때 허리의 굴곡이 있거나, 갈비뼈를 만질 수 있는지 등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요.
만약 굴곡이 없고 둥글거나, 갈비뼈를 만질 수 없다면 비만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 복수
복수는 이름과 같이 어떤 원인으로 배에 물이 찬 것을 의미하는데요. 복수가 차면 고양이의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루즈 스킨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그리고 식욕 저하, 구토, 설사, 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므로, 즉시 동물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 변비
고양이가 창자 및 비뇨기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배변이나 배뇨, 가스 등이 잘 배출되지 않게 되는데요. 변비로 인해 고양이 배가 팽창할 수 있습니다. 만약 평소보다 배변/배뇨 횟수가 줄어들었을 경우에는 병원에서 상담을 받도록 합시다.
만져서 확인해 보자!
루즈 스킨과 다른 질병의 차이는 만졌을 때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루즈 스킨의 경우 늘어난 피부를 만지는 듯한 느낌인데요.
비만이나 질병의 경우, 배가 부풀어 올라 있거나 차 있는 느낌이 들고, 만졌을 때 고양이가 통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2 원시주머니의 역할
1. 빨리 움직이기 위해서
원시 주머니로 인해서 고양이는 액체 동물이라고 불릴 만큼 부드러운 움직임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고양이는 자신의 2배 이상의 높이도 훌쩍 뛰어오르거나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서 달릴 수 있습니다.
이런 역동적인 움직임에도 고양이의 피부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쭉쭉 늘어나는 원시 주머니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액체설? 고양이는 왜 유연할까?
고양이를 안으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작은 상자, 좁은 문틈, 어항 등 가리지 않고 어디든 몸에 맞춰 잠드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고양이는 액체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 비밀은 바로 쇄골에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 액체설의 비밀: 신체 구조
고양이들은 왜 그렇게 유연할까요? 야생에서 고양이가 사냥과 생존을 위해 액체처럼 유연하게 진화했다는 게 정설이라고 합니다.
- 사람보다 척추뼈가 많아요
사람의 경우 32~34개의 척추뼈를 가졌지만, 고양이는 꼬리까지 포함해 52~53개의 척추뼈를 가지고 있어요. 고양이는 꼬리 뼈를 포함해 근육 500개, 뼈 230개를 가지고 있어, 보다 세밀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180도 회전도 가능합니다.
또한, 척추뼈는 고양이가 사냥할 때, 등을 펼치거나 구부려서 속력을 낼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완충재 역할을 해, 고양이가 사냥할 때 특히 이 디스크가 빠르게 움직이고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도 충격을 완화해 준다고 합니다.
- 어깨뼈가 부드러워요
고양이의 견갑골(어깨뼈)은 사람과 다르게 뼈에 붙어있지 않아요. 근육으로 이루어져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고, 고양이가 원하는 만큼 몸을 늘릴 수 있어 자유로운 편입니다.
- 쇄골이 작아요
고양이는 쇄골이 작고, 근육에 붙어 있는데요. 고양이 가슴 부분의 아주 작은 뼈가 만져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의 가슴이 작고 유연해해, 머리만 들어간다면 어떤 공간에도 몸을 움츠러들어 갈 수 있답니다.
유연함이 생존에도 도움이 됐어요
고양이가 다른 포식자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자기 몸 구석구석을 핥아 체취를 없애야 했는데요. 이때, 쇄골이 어깨뼈에 붙어있지 않고 척추가 부드러워 꼬리 뼈까지 핥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고양이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사냥감을 발견하면 낮게 자세를 취하고 조용히 움직인 다음, 사냥감 뒤에서 빠르게 달려가기 때문에 척추뼈와 피부가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합니다.
2. 중요 내장기관을 지키려고
고양이의 배는 중요한 내장 기관이 모여 있기 때문에 적에게 공격당한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원시 주머니는 이런 중요 기관들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적의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빨로 공격당하더라도 고양이의 느슨한 피부가 내장 기관에 치명상을 입는 것을 막아 주는 것입니다.
3. 음식을 많이 저장하려고
야생에서 고양이들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며 살았기 때문에 사냥에 실패한다면 굶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음식을 많이 먹어둘 수 있도록 원시 주머니가 생겼다는 설도 있습니다.
고양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만 사냥하는 게 아니야
길고양이는 생존하기 위해 작은 새나 쥐 같은 포유류를 사냥해요. 반면에, 집고양이는 집사나 자동 급식기에서 밥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죠.
그 이유는 고양이의 사냥 본성 때문인데요. 집고양이도 음식을 먹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집에 들어온 벌레나 장난감을 사냥하려고 합니다.
1970년대 로버트 E. 아다멕(Robert E. Adamec)은 논문 “집고양이(Felis catus)의 굶주림과 사냥감 간에 미치는 영향“에서 고양이가 음식을 먹기 위해서만 사냥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어요.
로버트는 집안과 비슷한 환경을 구성한 뒤 6마리 고양이에게 48시간 동안 음식을 주지 않고 굶겼다고 해요.
이후 고양이에게 쇠고기나 생선 및 닭고기, 연어, 먹이용 냉동 쥐 등 6가지 음식을 주었어요. 로버트는 다음날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45초 정도 먹게 한 뒤 살아있는 쥐를 고양이 방에 풀었다고 합니다.
이때, 6마리 고양이 모두 식사를 중단하고 120cm 정도를 날아 쥐를 잡아 죽인 뒤 밥그릇 옆에 두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로버트는 연구 결과, 고양이의 사냥 행동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포식 행위(predatory behavior)를 넘어선 본능적인 행동에 가깝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사냥감을 기절시킨 뒤 갖고 놀기도 해
어떤 고양이는 장난감을 물그릇에 넣어서 노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고양이가 장난감, 즉 사냥감이 물에 천천히 익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죽을 때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 고양이는 사냥감이 살아있을 때보다 에너지를 덜 쓰게 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해요. 조금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양이가 사냥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합니다.
고양이 사냥, 놀이 이상의 의미를 가져
- 스트레스 해소와 비만을 예방해 줘
집고양이에겐 사냥은 생존의 수단보단 오락과 놀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고양이에게 있어 사냥은 놀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해소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돼 고양이가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고양이가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어 관절을 보호하고, 집사와의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하루 최소 30분 이상 놀아줘야 해
만약 고양이와 사냥 놀이를 최소 30분 이상 해주지 않는다면, 고양이가 스트레스 받게 돼요. 심한 경우, 고양이가 털을 과하게 핥거나(오버 그루밍), 문제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 고양이가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지 않더라도 자주 놀아주는 게 좋아요. 장난감으로 자주 놀다 보면 고양이도 장난감에 흥미를 다시 찾아 사냥 놀이에 더욱 열중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고양이는 나이가 들어도 사냥 본능이 남아있기 때문에, 하루에 최소 30분 이상 놀아주는 게 중요해요. 가능하다면 출근 전, 퇴근 후, 자기 전에 각 10~15분씩 놀아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