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고양이 발을 보면 성별을 알 수 있다

[노트펫] 사람은 밥을 먹을 때 보통 오른손을 사용합니다. 신체 구조는 좌우 대칭으로 이뤄져 있지만, 실제 생활의 특정 상황에서 주로 쓰는 손의 방향은 정해져 있죠.

동물들은 어떨까요? 밥 먹을 때 어느 쪽 사지(손이나 다리가 없는 동물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턱)를 주로 쓰는지에 대한 동물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유인원이 아닌 포유류, 인간이 아닌 유인원에 이르기까지 현재까지 조사된 모든 종이 밥을 먹을 때 오른쪽 신체를 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동물들이 신체의 한 쪽을 주로 사용하는 편측성 행동(Lateralized behaviour)의 원인에 대한 이론 가운데 복잡성 가설(task complexity hypothesis)이 있습니다. 동물들이 평상시에 신체의 한 쪽을 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어느 쪽 손을 사용하든 관계없는 단순한 일을 반복하면 편측성이 약해지고, 도구를 사용하는 것처럼 양쪽 손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복잡한 일을 반복할수록 편측성이 강해진다는 것이죠.

정말 그럴까요? 만약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느쪽 손.. 아니 발잡이일까요?

동물행동학자 드보라 L 웰스 (Deborah L Wells)가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42마리 집고양이를 섭외하고 3가지 서로 다른 난이도의 놀이(땅에서 움직이는 장난감 건드리기, 공중에서 움직이는 장난감 건드리기, 한 쪽 발만 들어갈 정도 크기의 통에서 간식 꺼내기)를 하며 관찰했는데요.

연구결과 고양이들은 비교적 쉬운 놀이(단순히 장난감을 건드리는 놀이)에서는 양발을 모두 사용했지만, 간식을 꺼낼 때 만큼은 고양이마다 어느 한 쪽 손을 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실험에 참여한 42마리 고양이가 모두 중성화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21마리 수컷 고양이는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왼발잡이였으며, 나머지 21마리 암컷 고양이도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오른발잡이였다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어려운 퍼즐을 풀 때 주로 사용하는 발을 보면, 꽤 정확하게 원래의 성별을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죠.

어려운 놀이를 할 때 왜 암컷 고양이는 주로 오른발을, 수컷 고양이는 주로 왼발을 쓰는 걸까요? 고양이에게서 유전적인 성별과 좌/우뇌 어느 한 쪽의 발달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연구진은 이어진 후속 연구에서 ‘놀이의 난이도’가 아닌 ‘고양이가 평소에 주로 쓰는 발’, 즉 앞발 선호도에 대한 관찰도 수행했는데요.

어려운 놀이를 할 때만큼 분명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수컷들은 암컷에 비해 왼발잡이가 더 많았고, 왼발을 선호하는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두려움을 덜 나타내며 공격성을 잘 표현했다고 합니다. 고양이의 편측성 행동과 신경계 발달의 성별 차이에 대해 인간이 정확히 이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놀아주는 시간도 늘어나고 늘어난 집사님들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고양이에게 약간 어려운 장난감을 건네주고 어느 쪽 발을 사용하는지 잘 관찰해보는 건 어떨까요. 머리 쓰는 일(?)을 귀찮아하는 고양이라면 걸을때나 뭔가를 건드릴때 먼저 쓰는 쪽 발을 주로 쓰는 발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

비마이펫배너광고

이 콘텐츠를 추천하시겠습니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