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사람에게 사춘기가 있듯 개들에게도 ‘개춘기‘가 있다. 어린 강아지에서 어른 성견으로 넘어가는 시점, 즉 생후 5~8개월 전후에 ‘중2병’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는 것이다.
영국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의 생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Biology Letters)가 13일(현지시각) 내놓은 연구 결과는 이런 ‘개춘기‘가 사람 ‘사춘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그 시기만 지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까지 비슷했다. 비슷해도 너무나 비슷한 것이다. 속설로만 알려져 왔던 ‘추정’들이 실제 연구결과로 나왔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강아지 사춘기가 보호자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 또한 놀라운 발견”(미국 미시간대학교 행동생태학자 바바라 스머츠)이다.
이날 <바이올로지 레터>(Biology Letters)에 따르면 루시 애셔(Lucy Asher) 박사와 연구진은 다양한 설문을 통해 강아지들의 ‘불안정한 애착‘과 ‘개춘기 반항’을 연구했다.
‘불안정한 애착‘(insecure attachment)이란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두려움이 있다는 심리학적 용어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에는 분리 불안, 의존하고 싶어 하는 마음, 거절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다. 사람에서는 이러한 애착 형태를 가진 아이들이 “성(性) 성숙기가 더 일찍 찾아오고, 부모에게 더 반항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연구해본 결과, 강아지들은 보호자와 ‘불안정한 애착‘(insecure attachment) 관계가 있으면 개춘기 징후가 더 일찍 찾아오고 반항 정도 역시 심했다. ‘중2’ 녀석들처럼 “다른 사람 말은 잘 따르면서도 유독 보호자 말은 안 듣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출처: Unsplash
불안정한 애착 관계가 더 일찍 불러오는 개춘기
연구진은 안내견 훈련 과정을 거치고 있는 암컷 강아지 70마리의 보호자들을 설문해서 ‘불안정한 애착‘에 대한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강아지들의 성 성숙기가 찾아오는 시기와 비교했다.
결과는 “불안정한 애착이 있을수록 성 성숙기가 더 일찍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애셔 박사는 이에 대해 “많은 동물에서 성적 발달은 사회적 관계들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이때 성 성숙기가 일찍 찾아오는 것은 개들이 진화하면서 발달했을 수 있다. 애셔 박사는 “개에게 있어 보호자와의 애착 정도는 보호자와 남아서 번식을 늦출 것인지, 벗어나서 일찍 번식할 것인지에 대한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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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춘기에 심해지는 반항심리
연구진은 이어서 강아지 93마리를 상대로 보호자 또는 모르는 사람이 ‘앉아‘ 명령을 했을 때의 반응을 기록했다.
강아지들이 5개월령일 때와 8개월령일 때의 반응을 각각 기록함으로써 개춘기 이전과 개춘기 도중의 반응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개춘기로 넘어가면서 보호자 명령은 잘 안 듣지만, 모르는 사람 명령은 잘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85마리 개들을 대상으로 보호자와 훈련사들에게 강아지들이 훈련에 잘 따르는지에 대한 조사를 했다. 마찬가지로 개춘기로 넘어가면서 보호자들 훈련은 잘 안 따르면서 훈련사들의 훈련은 잘 따랐다.
다행(?)인 것은 개춘기가 지난 12개월령 전후부터는 보호자의 훈련도 다시 잘 따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개춘기를 잘 넘기면 다시 보호자를 잘 따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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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과 반항은 관계가 있다
연구진은 위의 자료들을 이용해 강아지들이 보호자를 향해 느끼는 애착의 정도와 훈련을 따르는 정도의 관계를 비교해 보았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불안정한 애착이 있는 강아지들은 보호자 훈련에 잘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 반항심 때문. 특히 보호자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관심을 끌려고 하는 정도가 심했던 강아지들이 오히려 개춘기가 되면 반항을 더 한다는 것이다.
애셔 박사는 “보호자와의 애착이 불안정할 때 사춘기 반항이 더 심하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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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셔 박사는 이어 “대부분 강아지에서는 개춘기 시절 반항이 있지만 성체가 될 때까지 지속되지는 않는다”며 “안타까운 것은 개춘기 전후로 많은 개들이 보호소로 보내진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개춘기 시절의 문제행동에 벌을 주는 교육방식도 보호자가 아예 교육을 포기하는 것도 강아지의 삶에 여러가지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셔 박사는 이번 연구(바로가기)를 통해 “사람에게 사춘기가 누구나 거쳐가는 과정이듯 개춘기도 ‘일시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보호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이런 상황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사실을 이해하는 보호자라면 강아지 훈련은 개춘기가 오기 전, 혹은 다 거쳐간 이후에 집중적으로 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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