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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채널】반려견 ‘방울이’를 ‘프로’로 만든 성우 조현정

유명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의 이슬이. 순수하고 맑은 캐릭터에 깨끗한 목소리로 주인공 도라에몽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성우 조현정.  월드컵 4강 신화로 전국이 붉은 악마로 들썩들썩했던 2002년, MBC 공채로 성우의 길에 들어선 지 벌써 18년째다.

그 사이 게임 <디아블로 3>의 여자 마법사 역으로 화제가 됐고, 요즘은 <신비아파트>의 신비, <오버워치>의 파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성우계에서 조현정은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열두살 시추 ‘방울이’ 엄마. 함께 산 지 12년이 넘은 데다, 자신의 거의 모든 스케줄에 방울이와 동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코코타임즈 <코코채널> 팀이 최근, 서울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 방울이와 그의 ‘반려’ 조현정을 만났다.

– 방울이, 얘기 듣던대로 정말 귀엽네요. ㅎㅎ 어떻게 만나게 됐어요?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어려서부터 집에서 개나 고양이는 물론, 새도 키웠어요. 그러다 직장을 갖고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됐죠. 나가 살더라도 강아지를 기르고 싶단 생각은 늘 해왔어요. 마당이 있는 집에서 두 마리 이상 기르는 게 꿈이었죠.

그러던 중 친한 선배 한 분이 “아이들이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됐다”고 하시는 거예요. 당시 제가 오피스텔에 살고 있을 때라 제 로망과는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그새 이미 정이 들어 버려서 다른 사람 손에 맡기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방울이가 생후 7개월 됐을 때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요.

-공식 스케줄에도 방울이를 데리고 다닌다면서요?

제가 일하는 동안 집에 혼자 있으면 방울이가 외로울 것 같아서요. 너무 안쓰럽지 않나요? 그래서 다니는 곳마다 양해를 구했죠. 이제는 방울이도 안 가본 녹음실이 없어요.

어릴 때부터 녹음실에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녹음실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어요. 이젠 ‘프로’가 다 됐죠. ㅎㅎ녹음실에 같이 들어가도 원체 조용하다 보니 일에 방해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요.

-자기관리가 철저하시다던데, 혹시 방울이 키우는 데도 그런가요?

방울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내가 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를 계산했어요. 일찍부터 케어를 시작한 셈이죠. <애견대백과사전> <의학사전>을 뒤져가며 시추를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을 공부했어요.

시추는 눈, 피부, 관절이 취약하다고 해서 두 살 때부터 관절 영양제, 비타민을 챙겨 먹이고 있어요.  정기검진을 꼬박꼬박 받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미용에도 신경 쓰는 편이에요. 가을, 겨울에는 털을 기르다가 여름이 되면 털을 깎아줘요.

반려견은 말을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평소에 아이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이상한 점이 생기면 곧장 전문가를 찾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방울이와는 특별한 추억도 있을 것 같아요.

방울이와는 12년째 거의 모든 일상을 공유해 왔어요. 함께 등산도 자주 했고,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다가오는 설 연휴에는 방울이와 첫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에요.

-해외여행을 간다구요?

네, 그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방울이가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 나가 보려고요. 사람 나이로는 벌써 60, 70이 넘었잖아요?

항공사 규정상 케이지를 포함한 반려동물 무게가 7kg 이하*인 경우 기내에 탑승할 수 있어요. (* 무게가 7kg를 초과할 경우, 수화물로 화물칸에 위탁해야 한다- 편집자 주).

저는 기내용 케이지가 좋아요. 대형견용으로 나온 확장형 케이지를 쓰면 비행 중에 반려견이 다리를 뻗을 수도 있어서 편리해요. 반려동물과 여행을 떠나려면 신경 쓸 점이 많기는 하죠.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아이와 좋은 추억 많이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게임, 애니메이션 전문성우로 유명하시잖아요? 혹시 게임, 좋아하시나요?

사실 게임은 잘 못해요. 오히려 요즘은 운동에 푹 빠져 있어요. 필라테스를 한 지는 2년이 넘었고, 10개월 전부터 PT도 시작했어요. 에너지 넘치는 역할을 많이 맡다 보니 체력 소모가 엄청나요. 성우 일은 체력 관리가 필수예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라도 운동은 평생 하려고요.

지금은 운동이 재미있고 제 몸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요. 다이어트가 목적이었으면 이렇게 오래 지속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18년차 성우로 나만의 목 관리 비결이 있다면?

원래는 엄청난 애주가였는데 이제는 술을 끊었어요. ㅎㅎ

술을 한 방울도 입에 안 댄 지 벌써 10년이 됐네요. 그 땐 술을 즐기다 보니 정제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더라고요. 처음에는 조금 자제만 해 볼 생각이었는데 주량을 조절하기 힘들어서 아예 끊었죠. 술 마시는 시간보단 방울이와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워요.


그와의 인터뷰는 내내 즐거웠다. 사이사이 ‘방울이’의 재롱을 보는 것도 유쾌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반려'(伴侶)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사람은 아직 소수다. 개가 죽을 때까지 키우는 비율이 12%(동물자유연대, 2010)에 불과한 것. “개를 키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18%)보다 오히려 적은 수치다.

그런 점에서 방울이와 12년간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며, ‘동반’의 삶을 살고 있는 조현정. 아이를 세심하게 살피고, 또 아이의 남은 시간을 위해 자신이 뭘 해야할 지 고민하는 그는 아무리봐도 ‘멋진’ 직업인이면서, 또 ‘멋진’ 반려인임에 틀림없다.

【코코채널】 글= 유진 기자, 사진=김덕윤 PD, 영상=송창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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