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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인터뷰】우리 펫푸드 역사 지켜온 ATBio 정형학 대표

【코코타임즈】

우리나라 펫푸드 시장은 어떤 의미에선 ‘기형적’입니다주식(主食)보다 간식(間食)시장이 더 활발하거든요. 미국 유럽 등 역사가 100년도 더 된 펫 선진국들엔 간식이란 게 거의 없었어요. 

2007년부터 펫 간식을 만들어온, 우리 펫푸드업계 산증인 ㈜에이티바이오(ATBio) 정형학 대표는 “아이들을 거기선 반려동물로, 여기선 애완동물로 키웠던 데서 달라지지 않았나 짐작한다”고 했다. 데리고 놀자 하니 갖가지 간식들로 아이들을 어르게 되는 우리 문화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나라 펫푸드 역사는 두텁지 않다. 길어야 30~40. 사료는 초기부터 거의 100% 수입이었고, 간식도 일본산 중국산이 주종을 이루다 우리 제품이 등장한 것은 20년이 조금 넘는다.

최근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까지 들어와 수입 사료시장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덩달아 간식 시장도 커지고 품목도 다양해졌지만… 그 속에서 우리나라 제품들 비중은 30% 이하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이 역설적으로 우리 간식 제조업의 독특한 경쟁력이 됐다.

최근 미국 유럽에서도 간식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일본 중국 동남아는 이미 크고요우리에게 기능성 건강식들이 많으니 해외로 눈을 돌리면 오히려 경쟁력이 있다 생각해요. 우리나라 토종 원료를 이용한 제품들이라면 차별화도 될 테고.

그가 지난해부터 수출에 역점을 두기 시작한 것도 그런 때문. 우리만의 독특한 강점을 살려 해외 니치마켓(틈새시장)을 노려보겠다는 것지난해 10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을 올해는 100만 달러로 잡았다. 무려 10배다. 동남아시장이 메인 타겟.                                                  
 
미국과 유럽시장은 문화도제도도 많이 달라 제품마다 현지에 맞게 따로 개발해야 하죠. 그러나 동남아는 그렇지 않아요. 우리 제품 그대로 수출해도 됩니다. 최근엔 한류 바람으로 ‘Made in Korea’ 선호도 역시 높구요.
 
국내에선 다른 회사 브랜드로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OEM ODM이 주력. 하지만 해외 수출엔 자체 브랜드를 대거 등장시켰다.’소보타’, ‘사보로’, ‘파밀’, ‘닭고기저키’ 등

(*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방식.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 제조자 개발 생산방식. 제품에 주문자의 상표를 붙여 납품한다는 것은 같지만, OEM이 주문자가 설계한 대로 생산만 해준다면 ODM은 제조자가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책임지고 만든다는 것이 다르다.- 편집자 주)

특히 베트남 시장엔 ‘맘블레스’(Mombless) 브랜드를 적극 밀어볼 계획. 더구나 간식 아닌 주식(사료)이다. 반려동물 영양학을 접목시킨 기술력에다 반려동물 피부 관절 장(항노화에 좋은 재료들을 함께 넣었다사료의 장점과 간식의 기능성을 융합한 역작인 셈.
 
이를 위해 ATBio는 경기 남양주 광릉테크노밸리에 3천평 규모 대형 공장을 올해 4월께 본격 가동한다생산라인만 13개, 제약회사 수준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을 충족한 자동화시스템까지. 지난해 145올해 230억으로 탄력이 붙기 시작한 성장세에 날개를 달겠다는 얘기다.

 
KB인베스트먼트 등 3개 벤처캐피탈로부터 지난해 55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도 그 일환정 대표는 “내년 코스닥 상장하고 5년 안에 매출 1천억원을 넘어서겠다”고 했다.

수출 준비에 공장 신축까지 눈코 뜰 새 없는 그를 지난 6경기 남양주에 있는 공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 어떻게 펫푸드를 하게 되셨죠?
“원래는 수입사료회사에 다니며 약 10년간 영업과 마케팅을 했어요. 창업 초기에는 그걸 경험 삼아 외국제품(미국호주캐나다유럽중국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유통을 했죠그러다 2007년부터 제조를 시작했는데… 벌써 13년 전이네요.”
 
– 그 당시국내 펫푸드 시장은 어땠나요?
“주식(사료)은 90% 이상이 수입품간식도 그랬는데 대부분이 중국산이었어요국내 제조회사는 바우와우(부산), 홋카이도푸드(경기도 안성)에다 저희까지 3~4개에 불과했고요.

우리나라 펫푸드 시장은 사실상 2000년 전후부터 시작된다고 봐야죠. 그 이전은 너무 미미했고요, 2000년 이후도 초기엔 사료는 수입품, 간식은 일본산이 거의 다 였죠. 그러다 중국산이 들어왔고. 국내에서 간식 제조가 시작된 건 2000년대 후반부터.

그러다 2010년 이후부터 본격 성장기에 들어갑니다. 지금은 사료와 간식이 각각 절반 정도씩 되는 것 같아요. 제조업체도 많아졌고수입산도 춘추전국시대처럼 다양하고요.”

– 사료간식분야의 대표적인 OEM ODM 전문업체잖아요? K-뷰티시장의 코스맥스나 한국콜마처럼
“오랫동안 영업과 마케팅을 해왔기에 판매는 문제가 아니고 제조가 관건이라 봤습니다시장도 계속 커가고 있었으니까요

연구 개발과 생산에 강점이 있다 보니 입소문이 나고, 여러 곳에서 제조 의뢰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OEM부터 ODM까지 하게 되더군요.” 

– ODM OEM 핵심을 기술력과 생산력이라 할 때, ATBio 경쟁력은 어디에?
“당연히 기술력에 있습니다반려동물 사료의 경우 영양질병기능 등과 매우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 기술력이 훨씬 중요하죠지금까지 10년 넘게 R&D에 매진해온 것도 그래서구요

저희들이 만드는 품목만 1천개가 넘는데, 각각 특성이 다른 제품들을 동시에 여럿 만들려면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든 일이죠.”

– 박사 학위가 2개나 되는 것도 그래서….?
“제 원래 주특기가 마케팅입니다. 창업한 후 보니 더 공부를 해야할 것 같아 마케팅 박사를 했죠그런데 사료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자연과학적 기반이 없으면 안되겠더가구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공학박사(유기화학)까지 추가로 하게 됐죠.”

– 정말 집념이 남다르십니다.
“마케팅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중에서 제품(Product)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합니다사실 지금까지 수차례 험난한 고비가 있었지요회사가 망하기 직전까지 간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남다른 기술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버텨오지 않았나 자위합니다. 지금은 직원만 100명이 넘고, 연간 매출도 100억을 훨씬 넘겼지만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주변으로부터 ‘미쳤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 해외특히 펫선진국들 펫푸드 시장은 요즘 어떻지요?
“선진국들 펫푸드는 우리와 달리 간식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요. 아직 주식(사료) 위주의 시장인 거죠. 하지만 간식 시장이 빠르게 커가고 있다는 것이 큰 변화예요. 영양에 초점을 맞춘 기능성 간식들에다 종류도 다양해지고요

현재 미국엔 중국산 간식이 많아요. 태국 대만 남미산도 들어가고 있고중국 회사들은 아예 미국 현지에다 제조 공장을 만들고 있는 단계입니다.”

– 우리 제품도 해외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우리나라 간식의 수출 잠재력은 크다고 봅니다일본처럼 우리도 ‘간식의 천국’인 만큼, 브랜드도 다양하고.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업체들은 그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이잖아요? 근육이 단단하죠.

한류 열풍도 있다 보니, 해외에서 우리 제품들 어드밴티지도 있고요. 국내에서 자생하는 토종 원료를 사용한 기능성 제품들이라면 차별화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동남아 무슬림들은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하죠고양이 사료도 그런 점에서 눈 여겨 보고 있습니다.”


그는 창업 초기, 유기견 요키(요크셔테리어한 마리를 입양해 지금도 키우고 있다그 땐 1살짜리 새끼였는데지금은 14살. 어쩌면 13년, 그의 사업 역정 모두를 함께해온 또 하나의 가족이다보니 더 애착이 간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산라인 돌려야 하는 피곤한 일과 속에서도 그가 틈틈이 노령견 특수사료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잠시도 가만 있질 못하고 산만하다고 ‘산만이’라 이름 붙였지만, 그래도 그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산만해도 좋다. 건강하게만 지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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