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센터 수의사 선생님들도 모두 깜짝 놀랐어요.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치료받아야 하는 단계의 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80%가 넘더군요.”
‘펫트너건강검진센터’(서울 강남구 역삼동) 최가림 대표는 “평소에 ‘무증상 질환자’가 15~20%는 되지 않을까 저희들도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난 4월 문을 열었으니, 약 6개월동안 500여 마리 강아지 검진을 했던 결과다.
질환 경계선 언저리에 있는 아이들까지 감안하면 85%까지 이른다. 보호자도, 주치의도 자칫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
펫트너건강검진센터 최가림 대표, “15~20% 될까 했던 ‘무증상 질환자’, 현장에선 80%도 넘었다”
“고양이만 많은 게 아니라 강아지들도 신장 이상이 많더군요. 검진했던 500마리 강아지들 중 거의 절반이 그랬으니까. 게다가 간과 눈에 이미 문제가 생긴 아이, 엑스레이 찍어보니 슬개골과 고관절 나쁜 아이들까지…”
펫트너검진센터는 반려동물 건강검진 전문센터. 사람쪽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등 빅5는 물론 웬만한 중대형 병원들까지 다 갖추고 있는 검진(전문)센터지만, 반려동물쪽은 이제 시작이다. 엑스레이 초음파 등 각종 검진 장비를 갖추고, 임상 7~8년차 석•박사 수의사 3명이 건강검진만 본다.
건강검진 받은 후에 나오는 ‘리포트’도 특별하다. 8가지 항목의 기본검사만으로도 무려 300여가지 검사 결과가 보호자에게 모바일로 제공된다. 내 반려동물의 건강검진 결과만을 위한 모바일 페이지가 만들어지는 것.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는 ‘위험’이 몇 가지인지, 진료를 받아보라는 ‘주의’가 몇 가지인지 등을 수의사 소견과 함께 요약해준다. 진료를 받을 동물병원에는 검진 리포트 URL만 전달하면 X-ray, 초음파, 혈액검사 결과 등 모든 검진 결과를 전달할 수 있다.
300여가지 검사결과 1시간만에 나오는 리포트…국내 최초의 건강검진 분석 프로그램
“지난 1년간 수의사는 연 20명 정도, 프로그램 개발자는 10명 정도가 밤낮 없이 참여해 만든, 특별한 프로그램이에요. 우리나라에선 처음이죠.”
물론, 아직 질병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은 ‘경계’나 보호자가 주의 깊게 살펴보라는 ‘관찰’ 단계 항목들도 제시된다. 몇 번 이런 리포트를 받는다면, 아이 주치의는 그 데이터 변화만으로도 질환을 진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저희 프로그램이 보호자에게도, 동물병원에게도 도움이 될 거예요. 자체 검사를 한 후, 별도로 리포트를 제작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전문적인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으니까요. 병원 수의사들이 검진 리포트 쓸 시간에 다른 진료에 집중할 수도 있고…”
최 대표 역시 수의사. 2017년엔 펫케어 전문업체 ‘펫트너’(Pet-ner)도 창업했다.
“펫시팅(pet-sitting) 스타트업을 해보니 질환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발견했어요. 수의사 눈에는 그게 보이는 거죠. 결국 펫시팅이 그냥 반려동물을 돌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헬스케어와 접목해야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생각해 ‘펫 헬스테크 전문기업’으로 컨셉트를 새로 잡았죠.”
펫트너건강검진센터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연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동물병원 임상부터 펫케어(care), 펫테크(tech)를 넘나들며 가다듬은 해법인 셈이다.
건강검진은 ‘예방의학’의 핵심…보호자들에겐 강아지 진료비 아낄, 최선의 예방책
게다가 지금 의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예방의학’. 우리나라도 ‘초(超)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기학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진료비 부담에 국가 재정도, 한 개인의 노후 관리도 엉망이 되기 쉽다.
“미리 예방하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병행한다면 ‘삶의 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방의학의 가장 핵심적인 조치가 바로 정기 건강검진이죠.”
‘모르고 지나가도 될 정도로 미미한데, 병이 있다고 괜히 겁주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저희 센터에선 진료도, 수술도 하지 않아요. 없는 병을 굳이 있다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기자님이라면 6년동안 건강검진 한 번도 안 받고 지나가기도 하나요? 강아지에게 1년은 사람 6~7년인데, 1년에 한번 검진을 받는다 해도 사람으로 치면 6~7년만에 한 번씩 받는 거잖아요?”
듣고 보니, 그랬다. 건강검진은 나중에 닥칠 수 있는 중병,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거액의 진료비 걱정을 덜 수 있게 하는 해결책의 하나다. “중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진료비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예방조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