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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동물병원】서울동물심장병원, 진료 안전성에다 협진의 힘까지

【코코타임즈】

심장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개, 고양이)는 생의 막바지에 와 있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의 진료는 ‘안정성’이 최고 가치다. 실수도, 무리수도 용납이 안된다. 다른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환자도, 보호자도 지칠대로 지친 단계인 만큼 또 하나의 짐을 지게 할 수는 없기 때문.

서울 강남구 서울동물심장병원 이승곤 원장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심장전문 수의사다. 일본 한국 중국 등을 포괄하는 아시아권에서 ‘아시아심장내과전문의'(AiCVIM) 자격을 지닌 이는 모두 9명. 그 중 한국인은 3명 밖에 없다.

이승곤 원장의 디 팩토 심장 전문의 자격증그는 서울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심장병 논문으로 받았다. 그래도 부족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수의과대학으로 건너가 심장내과에서 수의사 겸 연구원 생활을 했다. 거기서 그가 배운 것은 2가지.

그 첫째는 진료 안정성

지금까지 심장병 환자만 10만 마리 이상 보면서 그가 체득한 소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원장은 ‘최초’ ‘유일’ ‘도전’ ‘창의적’ 같은 표현을 애써 멀리한다. 못해서가 아니다. 심장전문 수의사라는 특수한 자리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

“연구와 실험, 그리고 실제 임상은 많이 다르다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환자를 보살펴야 하는 임상 수의사는 풍부한 경험에다 입증된 치료법들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거죠.”

병원의 위생관리부터 약품 재고관리까지 ‘기본’에 충실 하려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과거 치료법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최신 정보와 치료 트렌드에 대해선 귀를 더 쫑긋세운다. 진료 장비만큼은 항상 최고의 것들만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고.

“미국 교수님과 해외 전문의들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새로운 약을 시도할 때도 미국 등 선진 임상현장에서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된 것이냐를 알아보는 거죠. 그러면서 새로운 치료법과 그 대안들에 대해서도 두루 짚어보게 됩니다.”

또 하나가 협진(協診)의 힘

혼자의 판단은 늘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 미국 대학병원에서 하나의 환자에 교수 2명, 레지던트와 인턴 각 1명씩 총 4명이 최선의 치료법을 함께 찾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이를 다짐했다.

“저희 병원엔 저 말고도 수의사가 세 분 더 계십니다. 진료는 제가 하지만, 다른 수의사들도 진단부터 치료, 처방약, 사후조치들까지 2중 3중으로 크로스체크를 하는 거죠.”

다른 병원들과의 협력도 생각한다. 이쪽 분야에선 보편적 기술이 된 심장중재술, 즉 스텐트를 이용한 심장 혈관 확장술 같은 경우엔 인근의 잘 하는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기도 한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심장내과전문의’  인증심사도 3년 후부턴 미국 수의사들과 같은 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됐어요. 그 때부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수의사들이 추가 배출될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이들이 더 높은 수준의 전문 의료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 전문의들과의 격차도 줄일 수 있을 테고요.”

치료 잘 하는 병원에서 마음까지 보살피는 병원으로

그가 요즘 특히 애정을 갖고 신경을 쓰는 분야는 보호자와의 소통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보면 계속 희망을 걸어요. ‘다시 건강하게 뛰어놀게 할 수 있다면’ 하는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시는 거죠.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고 말씀드려도 보호자는 그 이야기가 안 들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최대한 오래 살리고, 보호자 품에서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이 최선의 치료인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악역'(?)도 그의 역할이 됐다.

“질병을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갑자기 죽었을 땐, 보호자들 자책감이 생각보다 커요. 그래서 어떤 병이고 어떤 상태인지 투명하게 설명해줘야 해요. 한편으론 최선을 다해 치료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정확하게 현실인식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거죠.”

그래도 모자란다 싶은 부분을 묶어 보호자용 소책자도 최근 만들었다. 체중 기침 체온 호흡수 혈압 대소변 등 보호자가 집에서 심장병/노령질환을 발견하는 방법부터 치료 중단과 이별 준비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설명해두었다. 마치 보호자 앞에서 말하듯 이해하기 쉬운 구어체로.

“심장병을 전문으로 다루다보니, 자식만큼 아끼는 아이들 떠나보내야 하는 보호자들의 펫로스증후군(pet-loss syndrome)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 원장. 치료 잘 하는 수의사에서 어느덧 환자와 보호자 마음까지 보살피는 수의사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글= 기자 박태영, 사진= PD 송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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