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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25)초고령사회의 대안, 왕진전문 동물병원

고령의 한 노인이 상처입은 자신의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간다. 향하는 곳은 역 근처의 동물병원. 그러나 한여름 무더위에 노인은 유모차와 함께 길에 쓰러지고 말았다.

일본 기후현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보통 고령자들은 자동차 운전이 불가능해 펫 용 유모차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중형견 이하라면 그런 이동이 가능한데  대형견이라도 될 경우 병원가기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럴때 수의사가 집으로 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후 왕진전문동물진료소 ‘러브 앤 호프'(Love&Hope). 수의사 모리오카 마야씨가 7년 간 동물병원 근무 후, 깨달은 바가 있어 만든 왕진전문진료소다. 

동물을 무척 좋아해 수의사가 된 그녀는 진료대 위에서 불안에 떠는 동물들의 눈동자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병원에 도착한 보호자들도 하나같이 지친 모습이었다.

병원가는 일은 동물들도 싫어한다. 눈치 챈 펫을겨우 얼르고 달래 데려오느라 대기실에 들어서면 모두가 ‘휴우~’하고 숨을 돌렸다.이런 모습을 보며  ‘병원가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그래서 직접 가정 방문하는 수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러브 앤 호프는 따로 병원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도쿄의 한 왕진전문동물병원 ‘완냥 보건실’은 공휴일에도 왕진에 나선다. 어느 일요일, 원장인 에모토씨는 올해 16살이 된 고양이의 위장상태가 좋지않아 내복약 복용과 주사 처치를 위해 한 가정을 방문했다.

동물간호사도 함께 와 고양이를 수건으로 살짝 감싸 덮어 안정시킨다. 처치는 단 몇 분 만에 끝났지만 이후 약 1시간 가까이 상담이 이어졌다.

보호자인 여성(53세)은  ‘8년 전 부터 동물병원에만 가면 쉴새없이 심하게 울어대 의사의 말소리조차 듣지못할 지경이었다. 그후 병원가기를 아예 포기했다가 “반 년전부터 왕진전문을 알게돼 한시름 놓았다”고 했다. 이 ‘완냥보건실’역시 병원시설은 따로 갖추고 있지않다.

최근 2배로 늘어난 일본의 왕진 병원들

일본의 왕진전문동물병원은 최근 10년 간 2배가 넘게 급증했다고 한다. 2007년 즈음, 도쿄에만 약 80여곳 있었다. 그 이후 붐이 일기 시작해 지금은 매우 일반화된 동물진료형태로 정착된 것.

왕진전문 수의사는 보통 자동차에 의료기구,약 등을 싣고 방문진료 하러온다. 왕진을 반기는(?) 반려동물은 고양이라고 한다. 고양이  60~70%, 개 30~40% 비율인데 개의 약 80%이상이 대형견이다. 고양이는 밖에 나가는 일 자체가 큰 스트레스이니 왕진에 적합하다.

도쿄  ‘하루동물진료소’의 사쿠라이 원장은 ‘고양이 수가 강아지 수를 이미 넘어서서 앞으로 고양이 왕진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방문진료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먼저 병원 오가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진료 대기도 없어, 보호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의사는 사육환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여러 조언을 해 주기 편리해진다.

게다가 혹시 모를 병원내 감염의 걱정이 없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음놓고 진료받기가 가능하다. 어쩌면 대형견일 경우 왕진이 더 필요할 지 모른다.

“말기암을 앓는 대형견을 기르는 여성이 있었다. 병세가 악화돼 걸음걸이도 힘들어진 개의 체중은 30kg이 넘어 성인 두 명이 겨우 일으켜 세워 차에 태운 후 병원에 오기까지 한 시간이나 걸렸다. 집과 병원의 거리는 800미터 밖에 되지않는데…”(사쿠라이 원장)

왕진하고 있는 대형견의 반 이상은 만성질환을 갖고있는데  특히 고령견일 경우 잘 걷지못한다. 무거운 체중 때문에 근력이 조금이라도 저하되면 어느날 갑자기 걸을 수 없게 되는것.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이 점점 고령화되니 암 심장병 신장병을 앓는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정기적 통원치료가 필요할 때,이동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왕진만한 것도 없다.

가정 진료 후 수술이나 엑스레이 촬영 ,고도의 처치 등이 필요해지면 적합한 병원으로 안내도 해준다. 특히 새끼를 낳은 동물도 방문진료가 빛을 본다. 가정분만하는 동물도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여러 마리일 때 예방접종하기에도 편리하다.

방문진료에 앞서 미리 준비해둬야 할 것들

원활하고 안전한 방문진료를 위해 따로 준비해 두면 좋은 것이 뭐가 있을까?

고양이에 따라 다르나 타인이 오면 안보이는 곳으로 숨어버리는 경우 진료가 어려워지니 대비가 필요하다. 동물이 처치를 너무 두려워할 경우 입마개나 목 카라, 세탁망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능한 한 서로 스트레스 적게 하는 일이 왕진의 제1목적이니, 수의사와 보호자의 협력이 중요해진다. 혹시 숨어버린 냥이를 찾지못해 진료를 못 할 경우 왕진료(반경 5km 이내 약1만1천원)만 지불하면 된다고 한다. ㅎㅎ

참고로 왕진전문 수의사들이 꼽는 왕진에 가장 적합한 견종은 프렌치 불독이란다. 매우 흥분하기쉬운 견종으로 병원에 직접 가는 것 보다 집에서 진료받는 편이 서로 편하다. 

왕진 진료를 보는 한일 양국의 다른 시각

한편 우리나라 동물왕진전문진료는 요즘 직격탄을 맞고있다. 이번 달 대한수의사회는 “원칙적으로 동물진료는 인적,물적 조건이 충족된 동물병원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최근 수의사 방문진료가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 등을 통해 활발히 진행되는 것에 대해 “동물의료체계의 교란행위”라며 원칙지키기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려동물 1천 만 시대’다. 사람도 고령화, 반려동물도 고령화 되어 간다. ‘병원가는 일’이 점점 힘들어진다면 동물병원 입장에서도,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좋을 게 없다.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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