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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11)실버집사 실버동물

일본 니가타현(新潟県) 시립동물보호센터. 여기엔 늘 30마리 정도 개들이 있다. 저마다 이곳으로 오게 된 사연도 여러가지다.

1년 반 전, 한 남성이 시츄와 말티즈를 데리고 왔다. 그의 처지는 이랬다. 

80대 노모가 병으로 장기 입원을 하면서 어머니가 키우던 강아지 두 마리를 급히 집으로 데려왔다. 하지만 이미 집에서 기르고 있던 개와 너무 심하게 부딪쳐 식구들이 모두 힘들어했다.

“며칠 지나면 서로 사이좋게 지내겠지” 하는 기대도 소용 없었다. 한꺼번에 2마리나 자신의 영역에 침입(?)해 왔으니, 기존에 기르던 개가 받는 스트레스도 굉장했을 터.

그렇다고 어머니에게 다시 돌려드릴 수도 없는 일. 하는 수 없이 남성은 여기 센터와 상담한 후 그 두 마리 개를 데리고 온 것이다. 

약 반 년 전에는 60대 후반의 한 여성이 개의 평균수명이 훨씬 지난 18살 토이푸들과 함께 센터를 찾아왔다. 오래전부터 앓아 왔던 자신의 정신질환이 악화돼 역시 병이 든 반려견을 돌볼 수가 없어 데려온 것.

함께 사는 남편은 반려견 돌보기에 너무 비협조적이고, 당장 자신이 입원하게 되면 개를 안락사시켜야 할 상황이 아닌가 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곳 센터장은 그 여성에게 동물병원과의 ‘상담’을 권했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모두를 다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담이 연간 수십 건씩 들어오는데, 해마다 그 건수조차 점점 늘고 있다는 것도 난감한 상황.

“할 수 있을 때 미리 준비해두라”

일본은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한 지 이미 오래다. 사람도 고령화, 펫도 고령화된 시대. 노인들 수명이 늘면서, 혼자 지내는 노인들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들도 늙어간 것이다.

이 센터에 보호중인 개의 약 60%가 고령 보호자의 사망, 또는 장기 입원 등을 이유로 여기 와 있다. 이들은 새 입양처로 보내지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된다. 문제는 고령 동물은 새로 입양되기 어렵다는 것.

그래도 보호자들은 “나 없더라도 안전하게 지내라”고, “혹시 새 주인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실낱같은 바람을 안은 채 기꺼이 ‘생이별’하며 여기 문을 두드리는 것.

오랫동안 함께 해 온 펫과 그렇게 이별하는 일은 누구나 마음 아픈 일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실버 집사와 실버 동물에게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 센터의 소장인 우노씨는 ‘노령의 보호자가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입양처를 미리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이 맡아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난감한 상황에 대비한 유료 위탁사업을 해주는 곳도 있다.

니가타 시민단체 ‘도부츠가카리'(動物がかり, 동물 사육담당자). 2015년부터 유료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곳이다. 반려동물 관리 자격증 소지자와 동물 보호, 입양 활동 경험자 등 약 15명이 각각 방문해 도움을 준다.

보호자를 대신 해 산책을 시켜주고 화장실과 주변 청소, 필요에 따라 동물병원 데려가기 등을 한다. 보호자는 처음 등록비 3천엔을 내고, 시간 당 1천500엔(약 1천7000원)을 부담한다. 2시간 째부터는 30분 당 500엔이다.보통 2인 1조로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 센터는 2015~2017년, 니가타시로부터 지원사업 인증을 받게 돼, 연간 20만엔(약 230만원) 보조금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 센터 미우라 대표는 누구보다도 어려움에 놓인 보호자의 심정을 잘 안다.

“시어머니 치매로 돌볼 수 없게 된 개 2마리를 갑자기 맡아 기르게 됐죠. 하지만 먹여선 안 될 것을 먹이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개를 무리해 산책에 끌고나가는 등 실수도 많았어요. 키우는 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죠. 이럴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어요.”

(사) ‘하마나스'(はまなす, 해당화)에서는 펫의 일생을 쉽게 기록할 수 있도록 한 책 <엔딩 노트>(Ending Note, 14페이지, 500엔)를 발매했다. 개용, 고양이용이 따로 있다.

펫의 여러 특징, 식사 내용, 좋아하는 간식, 예방접종 기록, 특이한 버릇이나 습관 들을 알아야 누가 맡아 기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

실버사회가 맞닥뜨린, 피할 수 없는 현실

니가타수의사회는  ‘고령자와 펫’이란 제목 전단지를 각 동물병원에 다량 배포해 두고있다. 전단지에는 “아이의 무는 습관, 좋지않은 버릇 등을 미리 고쳐두면 만약의 경우 맡아기를 사람이 덜 힘들어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유료보호소(요양원)을 생각할 경우, 미리 신탁해 놓는 방법과 펫에 관한 유언장 작성 등 여러 정보를 소개해 놓았다. 주인의 갑작스러운 신변 변화로 반려동물이 의도치 않게 안락사되는 걸 미리 막기 위해.

실버 노인, 실버 동물의 문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고령견,고령묘 비율이 전체 반려동물의 30%를 이미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끝까지 맡아 보살펴 주는 요양시설도 점점 생겨날 추세다. 70~80세 노령자가 10살이 넘어선 노령반려동물을 기르는 경우도 점점 늘고있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다음 글에는 이런 상황에 딱 필요한 일본의 펫 요양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냥 요양원이 아니라 아예 반려동물과 동반 입소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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