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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철학】(3)길냥이가 주는 특별한 은혜

11월 중순이다. 수은주는 하락장이다. 

기온이 뚝 떨어지자 길냥이 캣맘인 아내의 손길이 바빠졌다. 아내는 집 안에는 두마리, 밖에서는 세 마리를 집사한다. 배아파 난 자식은 네 명이다.

오는 12월 3일 대입 수능을 보는 막내만 대학 보내면 우리도 조금은 여유로울 것 같다.

아내는 나보다 고양이들이 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 지극 정성이다. 삼시 세끼 밥 배달 서비스는 기본. 날이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언제나 그 아이들 걱정이 먼저다.

아내가 집사하는 길냥이들 집은 아이스박스다. 잠자리는 물침대. 밤이면 유리병에 덥힌 물을 채우고 그 병을 길냥이들의 담요 아래 넣어 따듯한 잠자리를 마련한다. 핫팩으로 난방을 해주기도 한다.

아내의 냥이들 중 ‘목이’란 녀석은 유기묘다. 처음 만났을 때, 목줄이 조여 힘든 모습이었다. 동네 캣맘들의 도움으로 목줄을 풀어주고 중성화 수술까지 마쳤다. 그 후 많이 안정이 되더니, 요즘엔 오히려 의기양양해졌다.

다른 길냥이들은 경계심에 사람들과 일정 거리를 두는데, 이 녀석은 볼 때마다 우리에게 다가와서 온 몸으로 부비부비한다. 손이 저절로 녀석 머리랑 등을 쓰다듬게 된다. 반자동이다. 몸 따라 마음 간다고 녀석에게 더욱 정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보통 강아지는 주인을 신(神)으로 섬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강아지는 반응력이 뛰어나다. 주인을 만나면 기분이 들뜨고, 칭찬이라도 한 마디 해줄라치면 행복이 겨워 오버액션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조울증(躁鬱症) 중에서 조증(躁症)에 가깝다.

반면, 고양이는 전혀 다르다.

때때로 “우리 집 고양이는 개냥이”란 얘기도 심심찮게 듣지만, 내 경험으론 고양이는 주인을 봐도 무덤덤하다. 어찌보면 도도하기도 하고, 심지어 처음보는 듯 냉랭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주인이 아니라 ‘집사’란 얘기가 나오는 것. 강아지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는 울증(鬱症)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집사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양이는 자기를 신(神)이라 여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리라.

강아지와 고양이, 주인과 집사를 둘러싼 관계의 묘(猫)함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고양이, 특히 길냥이는 사람을 신적 존재로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그게 길냥이의 특별함이다.

사실 캣맘이 길냥이에 기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밤에는 잘 잤을까, 밥은 먹었을까, 춥지는 않을까…

아내도 “그저 고양이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것을 어쩔수 없다”고 한다. 길냥이는 캣맘에게 신의 성품인 자비(慈悲)와 긍휼(矜恤)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더 좋아하다. 하지만 인간에게 신의 성품을 일깨워 신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고양이도 무척 사랑스럽다. 이런 고양이를 우리에게 주신 창조주께도 감사한다.

칼럼니스트 이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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