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작년 이맘때쯤, 캣 택스 (Cat tax)에 대한 논란이 반려동물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고양이 화장실, 선반, 장난감 등 고양이 물품들이 사람이 사용하는 가정용품들과 비슷한 구성이나 재질로 이뤄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만원에서 수 배씩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죠.
많은 고양이 보호자 분들이 이러한 주장에 공감을 표현하셨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캣 텍스 논란은 논란에서 끝나게 되었는데요. 고양이가 사용하는 물건의 가액에 차별적으로 붙는 가격을 의미하는 우리나라의 캣 택스 말고, 유럽에서는 정말로 고양이 보호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직접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고양이의 야생 본능, 엄밀히 말하면 사냥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2010년대부터 독일에서 생태학을 연구하던 학자들은, 집고양이들이 어떤 이유로든 가정의 통제를 벗어나 야외를 돌아다니게 되면 엄청난 수의 야생조류를 사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최소 14억마리의 야생조류와 69억마리의 포유동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요.
한 마리의 고양이가 한 해 약 40마리의 조류를 사냥하는 셈으로, 고양이들의 뛰어난 사냥실력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새들 뿐만 아니라 생태적 가치가 높은 보호종이나 멸종위기종도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33종의 조류가 고양이로 인해 멸종된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고양이로 인한 희귀조류의 멸종 가속화를 막기 위해 일정한 만큼의 “환경보전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사람과 고양이가 대도시 아파트에서 밀집해 사는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선뜻 와닿지 않는 주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호주에서는 토종 야생동물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길고양이 200만 마리를 살처분하겠다는 계획을 환경당국에서 발표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겠죠.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고양이로부터 뭔가 배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고양이는 게으르고, 성질이 사납고, 착취적이다. 반면 개는 믿음직하며, 열심히 일한다. 만약 내가 정책결정권자라면 고양이에게 세금을 아주 무겁게 물릴 것이다”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물론 고양이에게 배울 점을 찾아달라고 했더니 엉뚱하게도 증세론을 편 지젝의 대답은, 고양이에 대한 혐오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철학적 사상을 우화적 세계관에 빗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게을러도 세금을 내라고 하고, 열심히 사냥을 해도 세금을 내라고 하고,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집사들이 세금을 내기도 하니까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