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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억짜리 길고양이 TNR 사업 중단 위기 오나

연간 100억짜리 길고양이 TNR 사업 중단 위기 오나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매년 시행하는 ‘길고양이 TNR 사업’을 둘러싼 수의사들과 캣맘들 사이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 수술 후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방사(Return)하는 TNR 중에서도 체중 2kg 미만 길고양이, 수태했거나 새끼에 낳아 수유를 하는 암컷 길고양이들을 중성화 수술 대상에 넣은 거냐, 제외하느냐를 둘러싼 이견이 핵심 쟁점.

특히 수의사들이 “관련 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올해 중성화 수술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연간 예산만 100억원 넘게 들여 7만~8만 마리 길고양이를 중성화시키는 TNR 사업 자체가 위기에 봉착했다.

대한수의사회 산하 ‘지부장협의회'(회장 이승근)는 10일, 현행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담은 건의문을 농식품부에 공식 전달했다.

지부장협의회는 서울·경기 등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수의사회와 군진지부로 구성된 지역 수의사회 협의체. 지자체 단위로 이뤄지는 길고양이 TNR 사업의 핵심인 중성화 수술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주역들 중의 하나다.

수의사들 “혈세 낭비하는 길고양이 중성화 규정…수술 보이콧 불사”

이들은 “체중 2㎏ 미만 개체와 수유 개체의 중성화수술을 전면 금지한 현행 규정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수의학적인 근거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식품부에 △중성화수술 몸무게 2㎏ 제한 규정 수정 또는 삭제 △수유묘의 중성화수술 금지 규정 삭제 △군집별 집중 TNR 병행 시행 등을 제안했다.

협의회는 이에 더해 “농식품부가 해당 규정을 삭제하지 않으면 올해 TNR 사업 수행을 보이콧하는 방안까지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길고양이 TNR 사업은 2020년에 이미 전국적으로 국비와 지방비 등을 합해 106억9천만원 예산이 들어가는 큰 사업. 해마다 사업비가 계속 커져 간다.

길고양이 한 마리당 TNR 비용도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렸다.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만한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이 우선이냐 vs. 생명 존중 동물복지가 우선이냐

협의회는 그러나 “국내에서 20년 이상 시행돼 온 TNR 사업은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실패했다”고 했다.

“TNR을 통해 고양이 개체 수 증가를 막으려면 지역 내 중성화수술 개체 비율이 75% 이상 돼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 광주 등 6대 광역시의 길고양이 중성화 비율은 평균 약 13% 이하(2020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

협의회는 “길고양이는 연간 평균 2회 이상 임신·수유를 반복하기 때문에 임신기간은 연간 130일”이라며 “수유기간은 연간 14주~16주에 달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수유 중인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만 금지해도 1년 중 3분의 1에 달하는 기간 동안은 수술이 불가능해 개체 수는 급격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체중만을 기준으로 중성화 가부를 결정하는 국가나 수의사는 없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국제적 기준에 따른 TNR 정책을 도입하지 못한 채 길고양이 관련 민원 해소용으로 혈세를 허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겨우 미봉한 농식품부, 다시 진퇴양난에

이에 정부는 다시 곤혹스런 입장에 내몰리게 됐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1월,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요령’ 개정안(바로가기)을 고시했다. 2016년 제정한 이후 5년만에 처음 손질하려 한 것. 그러면서 수의사들 의견을 들어 ‘체중 2㎏ 미만 길고양이 및 임신묘·수유묘 중성화 금지’ 조항도 폐지하려 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과 전국의 캣맘들의 조직인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동물보호단체들과 캣맘들은 “현행 TNR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2㎏ 이상 수술’ 기준은 척박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길고양이들의 희망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한국고양이보호협회)라고 강력 반발했었다.

그 결과는 기존 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것.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는 듯 개정하려던 방침을 뒤집어버린 셈이었다.

수의사들이 “정부가 일부 동물단체와 캣맘들의 집단민원에 시달리다 개체 수 조절이라는 TNR 정책의 근본적 목적과 상반되는 정책을 수립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결국 수의사들의 중성화 수술 보이콧 입장까지 받아 든 정부로선 길고양이 TNR 사업을 더 확대하려던 방침에 타격을 받으며 다시 곤궁한 입장에서 빠져드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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