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LA에서 활동하는 사설 구조단체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그런데 아기 고양이의 귀는 다른 고양이와 달리 뾰족하지 않고 동그랬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녀석은 마치 아기 곰처럼 보였습니다.
곰 닮은 아기 고양이 퀼입니다. 그런데 퀼은 듬직한 곰과 달리, 작은 체구와 불편한 다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선천적으로 앞발의 힘줄이 수축해 발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것이었죠.
임시보호자 멜 씨는 그런 퀼을 위해 매일 물리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손난로를 이용해 퀼의 근육과 힘줄이 충분히 부드러워지면, 손으로 앞발을 주물러주며 힘줄이 조금씩 늘어나기만을 바랐습니다.
“물리 치료를 매일 하고 있어요. 퀼이 성장하면서 힘줄이 함께 자연스럽게 늘어나길 바라면서요.”
멜 씨의 바람대로 퀼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이동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비틀거리며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던 퀼이 점점 활기차게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었죠.
멜 씨는 조금씩 건강해진 퀼의 모습에도 기뻐했지만 정말 인상 깊었던 것은 녀석의 성격이었습니다.
“정작 퀸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크게 모를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자신이 불편한 고양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녀석이거든요. 호훗.”
퀼은 곰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엉금엉금 기어 멜 씨의 남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곰처럼 두 앞발을 하늘 높이 치켜든 후, 남편의 목덜미를 껴안았습니다.
“퀼이 가장 좋아하는 비밀의 장소는 남편의 셔츠 안이에요!”
퀼이 충분히 건강해졌다고 생각한 멜 씨는 녀석에게 새 친구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바로 그녀가 임시보호하는 또 다른 고양이 체스터입니다!
체스터는 작은 곰 퀼에게 다가가 앞발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러나 눈치 없는 퀼이 말똥말똥 쳐다보자 체스터는 퀼의 엉덩이에 손을 대고 끌어당겨 포옹했습니다.
“그때부터 퀼이 체스터와 떨어질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호호!”
체스터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퀼을 껴안고 얼굴을 핥아주었고, 눈을 꼭 감고 세수를 받던 퀼은 옆으로 반 바퀴 굴러 허공에 앞발을 휘둘렀습니다.
얼마 전인 4월 12일, 멜 씨는 부활절을 기념해 퀼의 선물 사진을 SNS에 인증했습니다. 인형으로 가득 찬 바구니로 포옹을 좋아하는 퀼에게 안성맞춤인 선물이었죠.
“안녀하세요. 전 곰 닮은 고양이 퀼이에요. 바구니 속 인형처럼 저를 껴안아줄 가족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어요. 얼른 나타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