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말, 캐나다 퀘벡 거리 위에 까맣고 주먹만 한 털 뭉치가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검은 아기 길고양이 쵸크입니다.
쵸크는 거리 위를 혼자 아장아장 거닐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포획돼 보호소에 맡겨졌습니다.
녀석은 낯선 사람들과 수의사의 손길에도 긴장하지 않고 또랑또랑한 눈망울과 맑은 표정으로 당당하게 골골송을 흥얼거렸습니다.
그런데 동물병원 진단 결과, 쵸크는 건강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심각한 심장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수의사는 ‘쵸크가 짧으면 몇 달 길어야 몇 년 정도밖에 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생존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초크를 돌보는 보호소 운영자 셀린 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맑고 순수한 초크의 표정을 보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었어요. 녀석이 어떤 질병을 앓고 있든, 어떤 진단을 받았든 우린 쵸크를 살리기 위해 집사 특별 전담반을 만들었습니다.”
셀린 씨는 쵸크를 24시간 돌봐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에게 연락해 당분간 임시보호를 부탁하고, 쵸크가 아프지 않도록 병원 일정과 약을 꼼꼼히 챙겼습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쵸크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평생 약물을 투여받아야 합니다. 또, 언제 증상이 악화해 무지개다리를 건널지 모릅니다.
하지만 쵸크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죠!
“아니, 얘 표정 좀 보세요. 얼굴에 고민 한 점 없는 긍정적인 녀석이에요. 항상 골골송을 흥얼거릴 정도로 사랑스러운 녀석이에요.”
쵸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게 쓸데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나비처럼 펄럭펄럭 날아가 벌처럼 쏜살같이 무릎에 뛰어듭니다. 그리곤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쓰다듬으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날리죠!
셀린 씨는 쵸크를 돌봐줄 가족을 찾기 위해 페이스북에 쵸크의 사진과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물론, 심각한 심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언제든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12월 25일, 마침내 쵸크의 블랙홀 같은 매력에 빠진 한 가족이 녀석을 입양했습니다.
“쵸크를 입양한 가족은 쵸크가 아프거나 슬플 때나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기적을 믿는다고 하더군요. 쵸크가 오래오래 살 거라고 믿는다고 말이죠.”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한 셀린 씨는 두 손을 모으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습니다.
“물론 저도 기적을 믿어요. 쵸크는 누구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