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개와 고양이는 반려동물 세계의 양대 축이다. 인간은 이 두 동물에 대해 비슷한 존재 혹은 동일한 격(格)을 갖춘 동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주인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
개는 천성적으로 무리생활에 최적화된 동물이다. 따라서 인간과 같이 사는 지금의 생활은 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생활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 개들은 그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다.
2018년 7월 미국 미네소타동물원에서 알래스카 늑대 무리를 관찰한 적이 있었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검은 늑대 같았다, 다른 늑대들은 수시로 그 늑대에게 와서 몸을 비비기도 하고 주둥이 주변을 핥아주기도 했다. 또한 배를 보이면서 꼬리를 흔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전형적인 복종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장면은 인간과 같이 사는 개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개는 주인이 귀가하면 벌러덩 누워서 자신을 쓰다듬을 것을 요구한다. 어떤 개는 주인이 그렇게 해줄 때까지 일어나지도 않고 계속 꼬리를 흔든다.
안 되면 낑낑거리기도 한다. 주인의 입 주변을 핥는 행위도 개가 자주 하는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은 개는 늑대의 후손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또한 개는 여전히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다는 점도 반증(反證)하는 일이다.
사진 속의 검은 늑대가 무리의 대장처럼 보였다. 다른 늑대들은 이 늑대의 카리스마에 복종하기 바빴다. 2018년 7월 미네소타동물원 |
개가 주인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위치가 무리에서 약한 권력을 가진 늑대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개는 주인과 자신의 관계를 상명하복(上命下服)으로 여기게 된다. 주인은 권력을 가진 리더 혹은 지배자이며 자신은 그 권위에 복종할 부하 늑대라고 여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개와 다르다. 원래 야생의 고양이는 자신만의 작은 영역을 만들고, 그 왕국에서 작은 실권을 휘두르는 주인공이 되길 원한다. 애당초 조연은 고양이의 인생에서는 관심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고양이가 영역에 대한 욕심이 많고 다른 고양이의 침범을 싫어하는 것도 이러한 야생 본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주인에게 복종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에서 주인과 같이 사는 고양이들은 의외로 고분고분하며 주인을 잘 따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인은 헤어지지 않는 자신의 어미이기 때문이다. 원래 야생의 어미들은 새끼가 이유(離乳)를 하면 냉정하게 그 곁을 떠난다. 어미의 이런 행동은 다음 번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장난을 치고 있는 새끼 길고양이들. 2019년 11월 |
집고양이들이 자신의 주인을 어미로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생 고양이의 생애에서 먹이와 잠자리를 보살펴 주는 존재는 어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미가 아니면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은 주는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 집고양이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챙겨주는 주인을 어미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스스로 집사라고 자조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관계가 다른 분석이다. 고양이는 한 번도 주인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을 챙겨주는 주인에게 늘 고마움을 느낄 뿐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