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 아이가 개에 물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개는 임시 보호소에서 매우 온순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낮 1시20분쯤 울산시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던 개가 A군(8)에게 달려들어 목과 팔 부위 등을 물었다.
크게 다친 A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를 문 개는 현장에서 포획돼 인근 유기동물보호소로 인계됐다.
경찰은 인근에 거주하는 70대 후반 견주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개를 압수해 폐기(살)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해당 개는 진도 믹스견(잡종)으로 13.5㎏의 중형견이다. 동물보호법이 지정하는 5대 맹견에는 속하지 않는다.
현재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임시 보호 중인 해당 개는 매우 온순한 상태다. 보호소 관계자는 “(사고견이)사람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개들은 케이지 안에 갇혀 있으면 꺼내 달라고 짖는 경우가 많은데, 사고견은 사람이 지나가도 짖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맹견인지 확인을 위해 접촉을 했는데도 얌전했다”고 덧붙였다.
“짖지도 않고 앉아만 있어…사람 공격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
앞서 경찰은 ‘압수물(개) 때문에 위험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압수물 폐기(살)처분 지휘를 요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부결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 압수물이 비록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한 사고견이라고 해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간접자료가 필요하다’며 이를 확보해 압수물 폐기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이 개가 이전에도 사람을 다치게 했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사례를 찾아야 살처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고견이 사람을 물어 크게 다치게한 만큼 반드시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고견의 공격성을 추가로 입증하는 데는 난항이 예상된다. 사고견이 공격성을 나타내기는커녕 매우 온순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견주가 개에 대한 권한을 포기했고, 처분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재지휘 요청을 통해 살처분 절차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자료를 준비 중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검찰과 협의 중이다”고만 밝혔다.
사고견 공격성 추가 입증해야…살처분 절차 난항 예상
한편, 반려동물행동교정 전문가인 이웅종 연암대 교수는 살처분에 앞서 사고견에 대한 ‘행동 성향 테스트’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지난 18일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사람이 지나갔을 때 혹은 다가갔을 때 개가 공격성을 보이는지, 사물을 움직였을 때 주시하는 것이 강하게 나타나거나 짖고 하는 의욕이 강한지, 사람이 터치했을 때 물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지 등을 테스트하고 교화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저히 교화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안락사를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는 맞다”며 “그다음에 관리 감독, 자격 시험 마련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든다거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행동 교정을 시킬 것인 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울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