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 씨에게는 작은 고민이 있습니다.
그녀의 반려묘 ‘수라시’의 블랙홀 같은 식탐 때문입니다.
수라시의 특기는 ‘방금 먹은 밥, 안 먹은척하기’입니다.
밥그릇의 구석구석을 핥아 밥을 안 먹은 것처럼 속이는 고급 기술이죠.
가족 중 한 명이 수라시의 깨끗한 밥그릇에 사료를 붓자 카미 씨가 외쳤습니다.
“안돼!”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수라시가 밥그릇에 얼굴을 박고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말았죠.
수라시는 카미 씨의 눈앞에서 밥그릇을 싹- 비우고도 태연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습니다.
‘밥 안 먹은척하기 기술’을 뻔뻔하게 또 시전 한 것이죠!
하지만 카미 씨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집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수라시의 밥그릇 위에 다음과 같은 팻말을 세웠습니다.
‘얘 방금 밥 먹었어요. 밥 달라는 말 믿지 마세요.’
그런데 팻말을 읽은 수라시가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보았고, 수라시의 얼굴을 본 카미 씨는 빵 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너, 표정이 좀 그렇다.”
과연 팻말은 효과가 있었을까요? 카미 씨가 전한 후기에 따르면, 수라시의 귀여운 표정에 가족들이 자꾸 알면서 속아준다고 하는데요.
괜찮아요. 다이어트는 7월부터 하면 돼요. (내년 7월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