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한두 가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건 엑토르 씨 몰래 두 가정을 꾸려온 닐로도 마찬가지였죠!
얼마 전, 엑토르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는 반려묘 ‘닐로’를 껴안았습니다.
그런데 닐로의 목과 목걸이 사이에 꾸깃꾸깃한 편지가 끼워져 있었죠. 그는 편지를 꺼내 읽어보았고, 닐로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안젤로, 너 나 말고 집사가 또 있었니?”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습니다.
‘우리도 ‘안젤로’의 가족입니다. 당신의 집에 나서면 우리 집에 오죠.’
누군가 닐로의 또 다른 가족이라고 자처한 것은 물론, 안젤로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붙여준 것입니다!
엑토르 씨는 그제야 닐로의 수상한 행적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습니다.
통통한 배, 알 수 없는 향기, 왠지 모르게 평온한 표정까지 말이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엑토르 씨는 한동안 배신감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큰 숨을 내뱉고는 닐로를 품에 안고 말했습니다.
“내 고양이에게 내가 모르는 가족이 있다? 배신감이 엄청 컸어요. 하지만 ‘그들이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닐로를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고맙더군요.”
며칠 후, 엑토르 씨는 바깥으로 외출하는 닐로의 목덜미에 ‘안젤로의 집사’에게 전하는 편지를 잽싸게 끼워 넣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닐로의 집사입니다. 혹시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자리를 비울 때 녀석을 특별히 신경 써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참, 녀석은 방금 밥 먹었으니 안 주셔도 돼요.’
엑토르 씨가 닐로의 선택과 삶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리곤 닐로의 두 집 살림 사연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공개했습니다.
“고양이들은 자신과 함께 살 가족과 사랑할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곤 합니다. 그리고 닐로는 저와 그들을 모두 선택했어요. 우리가 고양이를 진정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닐로의 선택 역시 존중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비록 두 집 살림을 차린 녀석이지만 그만큼 행복할 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