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신설 문제를 국민에 묻는 걸 포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민권익위는 18일부터 28일까지 개물림 사고 등 현재의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리 방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묻는 조사를 시작했다.
여기엔 다른 질문과 함께 “반려동물 보유세를 신설하고 이를 동물 보호·복지에 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란 질문이 분명히 들어있었다.
하지만 19일 오후 4시 현재, 국민권익위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사진>를 확인하면 “반려동물 소유자의 보유세 신설과 관련한 문항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질문에서 제외하였다”면서 해당 항목을 뺐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더 나아가 반려인 대(對) 비반려인 사이에서도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자 하루 만에 바로 철회한 것.
해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 설문엔 4천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들 중엔 반려동물 보유세 문제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있었을텐데, 현재로선 어떤 의견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열흘 후, 국민의견조사가 다 끝나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농식품부는 지난 2020년 ‘제2차 동물복지종합계획’ 수립 단계부터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염두에 두고 이 문제를 매만져 왔다. 이번 ‘반려동물 관리방안 국민의견조사’도 실은 보유세에 대한 국민 여론을 떠보는 문제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국민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자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 항목을 재빨리 빼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문제가 ‘만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처럼 ‘뜨거운 감자’가 되는 걸 미리 차단하려 했을 수도 있다.
설문 항목은 사라졌어도, 댓글창엔 보유세 도입 반대 여론 빗발
그럼에도 그 ‘흔적’은 남아있다.
설문 아래 댓글창엔 이 문항이 사라진 것과 상관없이 “착실하게 등록 잘하고 반려동물들 키우는 사람들만 보유세를 내야 되는 상황”, “보유세를 만들면 동물등록 더 낮아짐과 동시에 유기동물 증가할 것”이란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심지어 “세금 내면 다 해결될 거라는 건 좀 웃기지 않나요?”, “현재 내고 있는 세금이라도 잘 써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추가 세금에 대해 고민해보는데, 글쎄요…”라며 비꼬는 듯한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국민생각함’ 관련 조사는 Δ반려견 동물등록 의무와 과태표 부과에 대한 인식 Δ반려동물 입양 전 소유자 교육 의무화 Δ동물학대행위자에 대한 동물 사육 금지 Δ개물림 사고 유발한 개에 대한 안락사 필요성 Δ동물 양육 경험이 있는지 여부 등을 묻는 나머지 문항들만 남았다.
하지만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포기, 또는 철회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까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포함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겠다”고 했었다. 별도의 유리한 여론조사 설문을 만들어 보유세 도입의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