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그릇에 담긴 물만 마셔왔던 고양이 써니는 어느 날,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맛보았습니다. 그런데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맛이 왠지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겠어요?
결국, 써니는 그날부터 물그릇에 담긴 물을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써니의 집사 제시카 씨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써니를 보고 후다닥 뒤따라 갔습니다.
“써니 님께서 갈증이 나나 보네요.”
그녀는 써니가 목을 충분히 축인 후 자리를 뜰 때까지 수도꼭지를 붙잡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여러분은 고양이가 사람을 조련시킨 결과를 보고 계십니다.”
제시카 씨는 써니의 갑작스러운 식성 변화에 당황했습니다. 녀석이 목마를 때마다 화장실에 함께 들어갈 수 없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제시카 씨는 써니가 혼자 물을 마시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마트에서 햄스터용 급수기를 샀습니다.
그리곤 써니가 물을 마시러 화장실로 들어갔을 때, 수도꼭지를 틀어주는 대신 햄스터용 급수기를 이용해 얼굴에 물을 떨어트렸습니다. 햄스터용 급수기로도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었죠!
얼굴에 물방울을 맞은 써니는 동공이 좌우로 흔들리더니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물방울을 받아먹었습니다. 그리곤 햄스터 급수기를 부여잡고 물을 쭉쭉 빨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제시카 씨는 급수기를 써니의 밥그릇 옆에 설치했고, 이제 써니는 집사의 도움 없이도 원하고 싶을 때 맛있는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시카 씨가 샤워할 때면 종종 화장실로 난입해 물을 받아먹는다고 하는데요. 아무래도 흐르는 물을 좋아한다면 샤워기 헤드에서 나오는 강한 물줄기 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나 봅니다.
이러다 또 식성이 바뀌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