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바르거나 먹으면 금방 효과가 나오긴 하지만, 재발이 많다는 점에서 보호자와 강아지 고양이들을 참 성가시게 한다. 평소엔 잠잠하다가도 여름만 되면 ‘눈엣가시’로 변하는 말라세지아 피부염.
사람 피부 쪽과 동물 피부 쪽을 넘나들며 오랫동안 피부 질환을 연구해온 윤지선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 임상교수를 찾아 이 병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 주>
왜 여름에 많이 생기는가?
말라세지아 피부염(Malassezia dermatitis)은 ‘말라세지아균’이라는 효모균(식물성 곰팡이) 때문에 생긴다. 그런데 이 균이 좋아하는 것이 온도와 습도다. 여름, 특히 장마철에 말라세지아 피부염이 심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심지어 목욕이나 수영을 하고 난 후 몸에 남은 물기나 귀에 들어간 물을 잘 말리지 않았을 때도 생기기 쉽다.
요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말라세지아 균이 과도하게 증식을 해서, 또 다른 하나는 말라세지아 균에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서다.
그럼, 다른 계절에는 잘 생기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말라세지아는 평소에 사람도, 동물도 다 갖고 있는 균이다. 귀 안이나 입 주변, 발가락 사이 등에 많다. 그런데 “나쁜 영향”을 받으면 각질과 모낭에서 염증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개의 경우엔 알레르기성 피부염, 피부 지루증 등이 더해질 때, 또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내분비 질환이 있을 때다.
강아지가 그렇다면, 고양이는?
고양이는 조금 다르다. 알레르기가 있을 때나 고양이에이즈, 고양이백혈병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다. 당뇨병이나 종양이 있을 때도 심해진다. 사실 말라세지아 피부염 원인은 더 다양하다. 다만, 여름철 더운 온도와 습도가 말라세지아균 증식을 촉진한다는 게 중요하다.
보호자들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눈으로 봐도 기름기 많은 비듬이라든지 피부가 전체적으로 붉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강아지가 자꾸 긁고, 털이 뭉텅뭉텅 빠지기도 한다. 귀 안에 생겨도 심하게 긁고, 갈색 귀지가 많이 나온다. 발톱 주변에선 발톱이 적갈색으로 색이 변한다. 그러다 만성이 되면 코끼리 피부처럼 두꺼워지고, 갈라진다. 또 피부가 검게 변한다.
잘 생기는 품종이 있는가?
피부 주름이 많거나 지루성 피부를 가지고 있는 견종들이다. 거기다 알레르기까지 있으면 더하다. 그런 견종으론 시추, 웨스트하이랜드화이트테리어(West Highland white terriers), 바셋하운드 등이 있다.
병원에선 어떻게 찾아내나?
피부의 각질을 떼내 현미경으로 보면 둥글거나 난원형의 효모균이 보인다. 그러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말라세지아균은 정상 피부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개에서도 일부 균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홍반이나 비듬 등이 있는 경우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말라세지아 피부염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주로 항진균 약물을 먹게 하거나 피부에 발라준다. 하지만 증상이 약할 경우엔 동물병원에서 처방한 약용샴푸나 약용스프레이만으로도 관리할 수도 있다. 여기엔 항진균제와 클로르헥시딘 성분이 혼합돼 있다.
그렇다면 치료도 간단하다는 얘기인데…
꼭 그렇지는 않다. 말라세지아 피부염은 재발을 자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것도 매일 항진균제를 먹여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약도 장기 복용하면 몸에 부담을 준다. 그런 경우, 최근엔 ‘펄스 테라피’(pulse therapy)라는 치료법을 활용한다. 약을 이틀 연속 먹이고 하루를 걸러보는 것이다. 반응 정도에 따라 그 간격을 이틀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특별히 고안했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법이 있는가?
이 피부염은 먹은 약과 바르는 약을 조화롭게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재발을 막는 것이 꼭 필요하기에 증상이 1차 사라진 후에도 주기적으로 저자극 약용샴푸 사용을 권장 드린다.
보호자들이 집에서 예방하자면?
말라세지아 균은 항상 몸에 지니고 있는 효모균이다. 그래서 피부 환경에 변화를 줄 만한 질환들을 잘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음식 알레르기, 호르몬성 피부 질환 등이 그런 것이다. 또 수영이나 목욕 이후엔 털은 물론 귓속까지 잘 말려주어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윤지선 수의사는
전북대 수의대를 나와 일본 도쿄농공대학에서 수의피부학 박사(2012년)를 받았다. 세계수의피부과학회, 아시아수의피부과학회 회장을 지낸 이와사키 토시로(Iwasaki Toshiroh) 교수가 은사다.
이후 서울대 (사람)대학병원 ‘피부노화•모발연구소’(연구조교수, 2012~2015년), LG생활건강 기술연구원(책임연구원, 2016~2021년) 등을 거쳤다. 사람 피부와 동물 피부를 넘나들며 그 원인과 치료법 등을 두루 살펴왔다는 얘기다.
현재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에서 수의피부 임상전담교수를 하면서 ‘아시아수의피부과전문의’ 레지던트 과정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