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갔더니, “강아지 뇌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보호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왜 그런 병이 생겼는지, 치료하면 나을 수는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온갖 고민이 머리를 스친다. 두렵다. 그래서 지레 포기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해선 약물 치료도, 수술도 가능한 시대다. 특히 ‘뇌수두증’(Hydrocephalus, 腦水頭症/腦水腫)은 한 번 수술로 반(半)영구적인 데다, 수술 예후도 좋다. 합병증으로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 수술을 전문적으로 해온 김용선 원장(경기 수원 본동물의료센터)에게 그 원인과 예후 등을 물었다. <편집자 주>
뇌수두증, 어떤 질환인가?
두개골에는 뇌 사이를 완충해주는 공간(뇌실)이 4개 있다. 그 안에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이 들어있다. 뇌와 척수 등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거기서 나온 노폐물도 운반한다. 그렇게 뇌와 척수를 돌다, 나중엔 혈액에 흡수되면서 오줌 등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뇌척수액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거나, 배출 경로가 막히면 뇌실이 부풀어오르면서 주변 뇌를 압박한다. 그래서 뇌수두증은 “뇌실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가득 찬” 상태인 것이다.
어떻게 알 수 있나?
주변 대뇌나 소뇌 등을 압박하면 예기치 않은 증상들이 생긴다. 압박을 받는 부위에 따라 인지기능 장애를 보이기도 하고, 한쪽으로만 빙빙 돌거나 몸을 비틀거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실명이나 발작이 일어나기도 한다. 느닷없이 보호자에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은 ‘뇌실 확장증’이 태아에 많은데, 강아지도 그런가?
강아지도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형견들에 많다. 치와와,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토이푸들, 말티즈와 같은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은 뇌수두증 외에 다른 기형이 있는 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고양이는 다른가?
고양이는 조금 다르다. 고양이는 전염성 복막염(FIP)을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추신경계에 염증을 유발할 경우에 뇌척수액 흐름이 막히면서 생기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어렸을 땐 정수리 부분 머리뼈가 완전히 닫혀져 있지 않다. 그래서 그 속으로 초음파를 통해 볼 수도 있고, CT 촬영을 통해서도 뇌실이 얼마나 커졌는지 볼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하기는 MRI 촬영이 가장 좋다.
대개 약으로 치료하지 않는가?
저용량 스테로이드와 이뇨제 등을 주로 처방한다. 뇌척수액 생성을 줄이는 한편, 남아도는 뇌척수액 배출을 촉진해 뇌압을 낮추기 위한 처치다.
자칫하면 평생 약을 먹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하지만, 처음엔 증상이 상당히 개선되는데, 차츰 효과가 떨어진다. 또 이 약들이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준다. 간이나 콩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뇌수두증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처방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최근엔 수술도 많이 한다. 이전엔 보호자들도 무서워서 기피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얇고 기다란 배액관(排液管, drainage tubes)을 이용해 뇌척수액 양을 조절해주는 수술(VP Shunt, 뇌실복강우회술) 덕분이다. 머리와 배를 배액관으로 연결해 뇌실 압력이 높아질 때마다 뇌척수액이 복강으로 조금씩 흘러가게 한다. 배액관 중간에 있는 밸브가 흐르는 양을 조절해준다.
보호자들로선 수술이 두려운데, 꼭 수술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대개 처음엔 약물로 대응한다. 하지만 약만으론 서서히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강아지 나이가 어리거나, 약물로 증상이 잘 개선되지 않는 경우라면, 수술이 더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구조적으로 뇌척수액 배출구가 막혀 있다면 그 부분은 반드시 뚫어줘야 한다.
뇌수두증 수술 예후는 어떻던가?
예후는 좋다. 한 번 수술로 평생 뇌수두증 관리가 가능하기에 보호자들도 만족한다. 게다가 수술하는 수의사 입장에서도, 뇌수두증은 뇌 자체를 건드리는 뇌종양 수술보다는 수술 난이도가 낮다. 지금까지 수술로 사망한 케이스는 1건도 없다. 다만, 뇌실의 적정 포인트에 배액관을 잘 장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게 어려운 일 아닌가?
그래서 머리뼈 안쪽 구조를 확인하면서 수술할 수 있는 ‘브레인 내비게이터’(Brain Navigator)를 쓴다. 수의사의 공간 지각능력과 손끝 감각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확실히 정확도가 높다. 실시간 확인하면서 정확한 위치에 배액관 끝을 뇌실에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 크기가 작은 소형견, 특히 극(極)소형견이나 고양이 수술에는 더욱 도움이 된다. 뇌종양 수술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수술을 하면 다 끝나는 건가?
뇌척수액은 조직과 세포 찌꺼기 같은 물질들이 섞여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드물게 배액관이 막히거나 환자 움직임에 따라 배액관 위치가 변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엔 배액관을 적절히 조정해주면 된다.
보호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게 선천성 질환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보호자가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다. 치료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빨리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견종을 키우는 보호자는 앞서 얘기한 신경 증상이 생기지 않는지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된다.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용선 수의사는
충북대 수의대에서 학사, 서울대 수의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수의외과학 박사를 받았다.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정형외과/신경외과 팀장은 물론 조교와 연구원까지 마쳤다. 이후에도 인공 고관절 치환술, 기관/요도 스텐트 삽입술 전문코스는 물론 세계수의골절치료학회(AOVET) 마스터코스 등을 이수했다.
“뇌종양 수술과 최소 침습 내시경 수술, 인터밴션(중재시술) 등 3가지가 현재와 미래, 나의 토픽”이라 했다. 경기도에 2개 동물병원(수원, 안양)과 영상전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본동물의료센터의 공동 병원장. 한국수의외과학회 학술편집위원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