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일본 기후현(岐阜県)기후시에 있는 ‘기후 동물행동클리닉’.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강아지 고양이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특별한 치료센터다.
이 클리닉의 오쿠다 요리유키(奥田順之,34세) 원장은 일본에서도 9명 밖에 없다는 ‘수의행동진료과 인증의’들 중의 한 명. 2014년 개원한 후, 2017년 일본에서 8번째로 전문 인증의 자격을 취득했다 한다.
‘스트레스 클리닉’이라 하니 마치 사람병원의 신경정신과 진료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 이 병원에 개설되어 있는 핵심적인 치료센터다.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고 스트레스도 받기에 그에 따른 심리 변화가 몸의 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것도 복잡하게…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건강을 잃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반려동물들이 많다. 건강검진에선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설사나 구토, 과도한 짖음, 가려움증, 불면증, 자해행동을 보일 경우 반드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아이가 계속 토하고 잠을 못자는 경우,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해봤지만 낫지도 않고 자꾸 재발한다면 스트레스 질환이 가능성이 있다. 여러 검사 끝에 스트레스 진단을 받았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보호자들은 스트레스 클리닉을 찾게 된다.
반려동물 스트레스 원인은 여러가지
개의 경우, 활동성이 제약을 받을 때 스트레스가 커진다. 특히 길들이기를 위한 체벌을 받았거나 산책을 나갈 수 없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고양이의 경우, 스트레스에 더욱 민감하다. 특히 고양이에겐 캣타워를 오르내리는 ‘수직적’ 행동반경이 필요하다. 그런데 케이지와 수평 공간에서만 기를 경우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보호자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도 많다. 보호자는 펫을 위한다고 하는 행동이 안타깝게도 펫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 건강을 위해 마사지를 해 주려는데 갑자기 거부하고 주인을 난폭하게 물어버리는 예가 그것이다.
진료방법으로 우선 수의사는 펫의 문제상황에 대해 자세히 묻고 길들이기 방법 등을 점검한다. 증세에 따라 생활습관, 환경 등 다방면에 걸쳐 질문하고 1~2시간 가까이 상담을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의 치매에 해당되는 ‘고령성 치매기능부전’이라는 병이 발견되기도 한다. 병원과 집의 거리가 너무 먼 경우, 온라인으로 상담도 가능하다.
치료법은 크게 3가지
치료법은 여러가지다. 첫번째는 펫과 살고 있는 환경을 바꾸어 보는 ‘환경 수정’이다. 이 사소할 수도 있는 환경바꾸기가 의외로 큰 효과를 가져준다고 한다.
두번째는 생활습관 개선과 스트레스 케어법을 알려주며 필요에 따라 전문 트레이닝을 통해 펫의 과도한 긴장, 흥분 등을 없애는 ‘행동 수정’이 있다.
이 두가지 방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은 심각한 증세일 경우, ‘약물 치료’도 함께 한다. 치료 약물로는 향정신성 약과 더불어 한방약도 쓰인다. 약물 요법은 보호자와도 잘 상의해 가장 적절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보호자나 가족이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아주 심각한 문제행동을 보일 경우, 일정기간 펫을 병원에 맡겨 훈련을 통한 치료받기도 가능하다.
또 펫이 병원에 데려오기조차 힘든 과격한 행동을 보일 경우 수의사가 직접 왕진을 가기도 한다. 원장 오쿠다씨는 “지금까지 동물의료에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치료가 충분치 않았다. 동물의 심리문제를 상담하고 싶어하는 보호자에게 도움이되고 싶다”고 했다.
오쿠다 원장은 개,고양이의 안락사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한 NPO법인(비영리 민간단체) 사람들과 함께 지난 2012년엔 ‘동물공생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안락사, 사육 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 보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개의 길들이기 교실: ONE LIFE’도 병원 내에 개설했다.
이 교실을 통해 연간 약 4천 건 이상의 레슨을 하며, 100건 이상의 행동치료, 스트레스 진료를 펼쳐나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기 이전부터 집이 먼 보호자들을 위해 온라인 강좌도 열었다. 이곳 동물행동클리닉 소속으로 최근 일본의 방송에도 자주 나오는 ‘인기’ 동물훈련사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제 개,고양이 문제행동 치료에도 다양한 접근, 다양한 치료가 필요한 시대다. 비단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만큼 사회적 스트레스가 강한 나라일수록 문제행동 반려동물이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개, 고양이 스트레스 전문병원’은 많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