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타임즈】
이에 따라 최근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들의 관심은 병원 전문화와 대형화에 모아진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전후 인의(人醫) 분야에 영리화 바람이 불며 병원 전문화 대형화 추세가 한동안 지속되던 흐름이 수의계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반려동물 임상수의계에서 최근 ‘전문수의사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고, 2인 이상 ‘공동 개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그런 증거다. ‘한국수의임상포럼’(KBVP, 회장 김현욱)이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CAMEX 2020’에 ‘동물병원 SUCCESS STORY’란 세션을 연 것은 바로 그 포인트를 포착한 것.
안과전문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안재상 원장(서울 청담초롱안과동물병원), 2명의 수의사와 공동 운영을 하고 있는 류병훈 원장(경기 인덕원동물병원), ‘1인 병원’이면서도 탄탄한 지명도를 지닌 장봉환 원장(경기 굿모닝펫동물병원)의 성공사례는 그래서 주목을 받았다.
먼저 안재상 원장. 그는 수의대(서울대) 다닐 때부터 목표가 분명했다. 반려동물 임상의, 그리고 안과 전문병원. 그 길로 석박사 학위를 따고, 미국 위스콘신대로 박사후과정(post-doctor)을 떠났다.
“미국에 가며 1년 안에 관련 논문 1천편을 보고 오겠다 결심했어요. 결국 숫자를 정확히 다 채우진 못했지만, 그 때 공부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가 세운 것이 안과동물병원. 특화병원이어서 안과 질환 외에 다른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다른 분야에 욕심을 내지 않으니, 주변 병원과의 협력도 원활했다. 주변에서 백내장 수술 같은 안과 질환은 모두 안 원장 병원으로 몰렸다. 대한민국 전체 반려동물의 60%가 몰려 이는 수도권이란 거대시장이 초롱안과동물병원을 떠받치는 배후가 되어 있는 셈이다.
결국 안 원장은 일반진료를 건너뛰어 ‘안과’라는 전문분야를 선점함으로써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류병훈 원장은 16년 전부터 공동개원을 시작했다. 지금은 1명이 더 합류, 모두 3명 원장이 함께 병원을 운영한다. 모두 임상수의사 역할도 하지만 서로의 장점을 살려 누구는 진료, 누구는 운영, 누구는 대외활동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식이다. 혼자서 하기 힘든 일들을 서로 나누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낸 것
저녁이 있는 삶, 그리고 적절한 수입 등 ‘‘2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지금의 단계에 오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였다.
유 원장은 “파트너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성실한 인격, 그리고 양보할 수 있는 배려가 핵심”이라고 했다. 비록 병원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비록 속도는 늦을 수 있으나, 더 크고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동업체제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쌓이고 시스템이 갖춰지면 2호점 3호점과 같은 분점 병원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병원의 확장 효과도, 동업 이후에 대한 안전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장봉환 원장은 ‘1인 병원’의 한계를 극복해낸 케이스. 자신의 역할을 ‘1차 진료’에 한정하고, 그 외 병원 운영은 처음부터 시스템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점이 특히 남달랐다.
“진료는 제가, 경영은 아내가 맡았어요. 차트를 기록해가며 1차 진료에만 집중했고요. 진료에 도움이 될만한 장비는 과감히 샀어요. 그렇게 진단과 시술의 정확성을 높여 나갔습니다.”
대신 시간 관리를 철저히 했다. 100% 예약제, 그리고 환자 1인당 진찰은 10분을 넘기지 않으려 했다. 그의 병원이 ‘진료건수 전국 1위’라는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리고 부인이 맡은 경영데스크는 보호자 만족형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고객 응대부터 보호자와의 주기적인 연락, 검사 결과의 신속한 전달 등. 진료실 한쪽 벽을 통유리로 만들어 수술 장면을 보호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차원.
이 세션을 진행한 병원경영 컨설턴트 윤기수씨는 이들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으로 다음 3가지를 꼽았다.
“이들은 철저하게 하나의 주제에 자신의 역량을 집중, 전문성을 끌어냈다. 잘 된다고 이것저것 다각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특정영역으로 한정(Limitation of Territory)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다른 병원들과 원활할 협업과 공조 구조(Chain of Business Circle)를 이끌어냈고,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병원이 계속 돌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만들어냈다.”